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2025.1.23 / 뉴스1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내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23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실무자를 통해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쪽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대면했다.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김 전 장관이 구속된 이후 처음 마주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이 헌재 대심판정에 들어오자 눈을 감고 있던 윤 대통령은 고개를 들어 김 전 장관을 쳐다본 뒤 정면을 응시했다.
김 전 장관은 ‘증인이 최상목 장관에게 쪽지를 건넨 것이냐’라는 윤 대통령 대리인단 송진호 변호사의 신문에 “내가 직접 건네지는 못하고, 최 장관이 좀 늦어서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입법기구 쪽지 내용과 관련해 “첫째는 예비비를 확보하라는 것이었다”며 “비상계엄이 발령되면 예상치 못한 예산이 나올 수 있어서 기재부에 요청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를 통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이 있다”며 “이런 것들을 차단하라는 취지였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국가비상입법기구는 헌법 76조에도 나와 있는데, ‘긴급 재정 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기재부 내에 구성하고, 그 과정에 필요한 예산이 있으면 편성하란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검토하고 지시해야 가능한 것으로, 메모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한 것뿐이냐’는 질문에 김 전 장관은 “그렇다”며 “평상시 윤 대통령께서 정부 여당이 민생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100여건 정도 한 게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거대 야당에 다 막혔다”며 “(윤 대통령이) 이것만 제대로 발의되면 국민들의 삶이 훨씬 더 좋아질텐데 하는 아쉬움을 표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해서든 막혀있는 것들을 뚫어야 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말을 몇 번 들은 기억이 나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된 계엄사령부 포고령과 관련해 김 전 장관은 자신이 관사에서 직접 워드로 작성했다고 답했다. ‘과거 (자료를) 참고해서 작성했나’라고 묻자 “예. 과거 2018년도 계엄령 문건 파동 때 자료를 가지고 있었고, 10.26 사태 때 계엄, 12.12 사태 때 계엄을 10번 이상 한 자료들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이렇게 작성한 포고령을 윤 대통령이 꼼꼼히 보지 않았다고 헌재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측 변호인이 “대통령이 어차피 계엄은 하루를 넘길 수 없을 것이니 포고령 실행을 위한 기구 설치도 어렵고 합수단 구성도 어려울 거라 포고령은 형식적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냐”고 묻자 “(윤 대통령이) 보고서를 드리면 꼼꼼하게 보시는데, (포고령은) 그렇게 꼼꼼하게 안 보셨다”며 “그렇게 그 의미가 전달된 것 같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계엄에 투입된 군 병력 규모에 대해서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보다 적은 인원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송진호 변호사가 “증인은 계엄군 규모를 3000~5000명 정도로 건의했더니 윤 대통령이 숙련된 간부 250명만 투입하라고 지시한 게 맞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제 생각과 다르지만 대통령 지시이기 떄문에 존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었던 ‘의원 끄집어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을 감쌌다. 윤 대통령 측 심문에서 “의원이 아니라 요원 빼내라고 한 게 의원 빼내라고 한 걸로 둔갑한 거죠”라고 말하자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자신이 직접 민주당사와 ‘여론조사 꽃’에 병력 투입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중지하라고 지시해 병력 투입을 중단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직후 이어질 예정이었던 국회 측 증인신문은 거부했다.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달았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신문은 비상계엄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차원에서 거부권을 포기하고 증언을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이 이 같은 발언을 이어가자 윤 대통령과 윤 대통령 변호인인 송진호 변호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방청석에서는 “에라이” 등의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전 장관을 향해 “창피한 줄 알아라”고 말하자 즉각 “창피한 건 민주당이 창피하지”라며 받아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탄핵심판은 오후 3시 2분부터 약 6분 간 휴정했다. 휴정 직후에는 김 전 장관이 최 권한대행에 건넸다는 ‘쪽지’에 대한 증거능력을 두고 짧은 공방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 측이 해당 문건을 ‘처음 보는 서면’이라며 증거 채택에 부동의하자 법원이 이를 제지한 것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해당 쪽지를 화면에 띄우도록 한 뒤 해당 쪽지의 사본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도 전달해 원본이 존재한다는 인정을 받아냈다. 이후 “작성 주체가 달라질 분 진정성은 성립된다”며 “그렇다면 증거로서 가치를 가진다”며 해당 문건을 증거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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