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계엄 쪽지 내가 작성…실무진 통해 최상목에 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3일 14시 54분


“내가 민주당사 병력 투입 지시했는데 尹이 중지시켜”
尹측 ‘의원 끄집어내라’는 ‘요원’이었다 주장에 맞장구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2025.1.23 / 뉴스1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내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23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실무자를 통해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쪽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대면했다.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김 전 장관이 구속된 이후 처음 마주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이 헌재 대심판정에 들어오자 눈을 감고 있던 윤 대통령은 고개를 들어 김 전 장관을 쳐다본 뒤 정면을 응시했다.

김 전 장관은 ‘증인이 최상목 장관에게 쪽지를 건넨 것이냐’라는 윤 대통령 대리인단 송진호 변호사의 신문에 “내가 직접 건네지는 못하고, 최 장관이 좀 늦어서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입법기구 쪽지 내용과 관련해 “첫째는 예비비를 확보하라는 것이었다”며 “비상계엄이 발령되면 예상치 못한 예산이 나올 수 있어서 기재부에 요청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를 통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이 있다”며 “이런 것들을 차단하라는 취지였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국가비상입법기구는 헌법 76조에도 나와 있는데, ‘긴급 재정 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기재부 내에 구성하고, 그 과정에 필요한 예산이 있으면 편성하란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검토하고 지시해야 가능한 것으로, 메모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한 것뿐이냐’는 질문에 김 전 장관은 “그렇다”며 “평상시 윤 대통령께서 정부 여당이 민생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100여건 정도 한 게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거대 야당에 다 막혔다”며 “(윤 대통령이) 이것만 제대로 발의되면 국민들의 삶이 훨씬 더 좋아질텐데 하는 아쉬움을 표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해서든 막혀있는 것들을 뚫어야 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말을 몇 번 들은 기억이 나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된 계엄사령부 포고령과 관련해 김 전 장관은 자신이 관사에서 직접 워드로 작성했다고 답했다. ‘과거 (자료를) 참고해서 작성했나’라고 묻자 “예. 과거 2018년도 계엄령 문건 파동 때 자료를 가지고 있었고, 10.26 사태 때 계엄, 12.12 사태 때 계엄을 10번 이상 한 자료들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이렇게 작성한 포고령을 윤 대통령이 꼼꼼히 보지 않았다고 헌재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측 변호인이 “대통령이 어차피 계엄은 하루를 넘길 수 없을 것이니 포고령 실행을 위한 기구 설치도 어렵고 합수단 구성도 어려울 거라 포고령은 형식적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냐”고 묻자 “(윤 대통령이) 보고서를 드리면 꼼꼼하게 보시는데, (포고령은) 그렇게 꼼꼼하게 안 보셨다”며 “그렇게 그 의미가 전달된 것 같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계엄에 투입된 군 병력 규모에 대해서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보다 적은 인원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송진호 변호사가 “증인은 계엄군 규모를 3000~5000명 정도로 건의했더니 윤 대통령이 숙련된 간부 250명만 투입하라고 지시한 게 맞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제 생각과 다르지만 대통령 지시이기 떄문에 존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었던 ‘의원 끄집어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을 감쌌다. 윤 대통령 측 심문에서 “의원이 아니라 요원 빼내라고 한 게 의원 빼내라고 한 걸로 둔갑한 거죠”라고 말하자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자신이 직접 민주당사와 ‘여론조사 꽃’에 병력 투입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중지하라고 지시해 병력 투입을 중단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직후 이어질 예정이었던 국회 측 증인신문은 거부했다.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달았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신문은 비상계엄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차원에서 거부권을 포기하고 증언을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이 이 같은 발언을 이어가자 윤 대통령과 윤 대통령 변호인인 송진호 변호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방청석에서는 “에라이” 등의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전 장관을 향해 “창피한 줄 알아라”고 말하자 즉각 “창피한 건 민주당이 창피하지”라며 받아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탄핵심판은 오후 3시 2분부터 약 6분 간 휴정했다. 휴정 직후에는 김 전 장관이 최 권한대행에 건넸다는 ‘쪽지’에 대한 증거능력을 두고 짧은 공방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 측이 해당 문건을 ‘처음 보는 서면’이라며 증거 채택에 부동의하자 법원이 이를 제지한 것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해당 쪽지를 화면에 띄우도록 한 뒤 해당 쪽지의 사본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도 전달해 원본이 존재한다는 인정을 받아냈다. 이후 “작성 주체가 달라질 분 진정성은 성립된다”며 “그렇다면 증거로서 가치를 가진다”며 해당 문건을 증거로 채택했다.
#계엄 쪽지#김용현#윤대통령#최상목#변론기일#헌재#탄핵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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