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중진들 ‘험지출마’ 요구에 “솎아내기”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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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쇄신’ 공개압박 파장 확산
일각 “수도권 정당 거듭나야” 옹호
향후 총선기획단과 알력 가능성도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사진)이 “당이 무슨 낙동강 하류당이 돼버렸다”며 영남 중진 의원들을 향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연일 요구하자 당내 파장도 계속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공개 쇄신 압박을 이어가자 “결국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반발과 “수도권 정당으로의 체질 개선 첫걸음”이라는 옹호가 엇갈리며 여당 내에서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29일 통화에서 “영남권 중진이라고 해서 누구나 수도권에 가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고, 과거에는 대부분 실패했다”면서 “인 위원장이 희생을 말하면서 ‘사당화’를 하는데 어떻게 거기에 따를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영남 중진 의원은 “솔직히 영남권 의원 중에서 수도권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없다”며 “험지 출마는 곧 솎아내겠다는 의미”라고 반발했다.

이는 인 위원장이 27일 동아일보 등 인터뷰에서 “영남의 스타들이 서울 험지에 와서 힘든 것을 도와줘야 한다”고 밝히며 험지 출마를 강조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인 위원장이 희생과 변화를 명분으로 영남 중진 의원들을 몰아붙이는 그림을 연출해간다는 것.

반면 인 위원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결국 수도권 중심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큰 틀의 체질 개선 비전 아래 녹아 있는 전술”이라면서 “총선 때면 늘 40% 정도는 통계적으로 인적 교체가 있었다”고 말했다. 혁신위 관계자도 “당내 희생을 요구하는 부분에서 일반 원칙을 세우자는 취지”라며 “만약 혁신위원들도 인 위원장과 생각이 같으면 결국은 공천 원칙으로도 다가설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의 중진 험지 출마론이 곧 출범할 국민의힘 총선기획단과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당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는 총선기획단은 공천 기준과 선거전략 밑그림을 그리는 기구로, 국민의힘은 이르면 30일 총선기획단을 발족할 예정이다. 혁신위와 총선기획단의 관계 설정에 대해 당 관계자는 “혁신위가 총선기획단의 상위 기구로 총괄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두 기구가 투 트랙으로 가게 된다는 의미다. 혁신위 관계자도 “총선 룰과 관련한 얘기로 당과 교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 위원장은 이날 이태원 참사 1주기 집회에 참석한 데 이어 30일 오전에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오후에는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에 잇달아 나서며 통합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민의힘#인요한#영남 중진#험지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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