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서해피살 관련 서욱 前국방-김홍희 前해경청장 구속영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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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월북’으로 보고 왜곡 지시 혐의
서훈-박지원 수사도 속도 낼 방침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해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0년 9월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사망 당시 47세) 유족에 의해 고발됐다. 이후 감사원도 이달 14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과 함께 이들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서 전 장관은 사건 당시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의 감청 정보 등 군사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고, 합참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쓰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이 씨가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일부 증거를 은폐하고 표류예측 실험 결과를 왜곡해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與 “국민생명 못지킨 文도 수사를”… 野 “사건 뒤집어 前정권 모욕주기”


‘서해피살’ 서욱 등 영장


서욱, 피살 직후 보고서 삭제 정황
국정원도 당시 첩보 46건 지워
김홍희, 靑지침 따라 증거 은폐 의혹


검찰은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침을 받고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가기 위해 범행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자료 삭제 지시하고, 증거 은폐한 혐의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 씨 사망 직후인 2020년 9월 22일 오후 10시 반경 피살된 정황을 인지했다. 2시간 반이 지나 23일 오전 1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는데, 회의 직후 서 전 장관은 밈스에 탑재된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밈스 운용 담당자가 이미 퇴근했음에도 지시에 따라 실무자가 다시 사무실로 나와 보고서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간 국가정보원도 첩보보고서 등 46건을 삭제했다.

김 전 청장은 안보실 지침에 따라 월북 정황과 배치되는 증거를 은폐한 의혹을 받는다. 김 전 청장은 2020년 9월 이 씨 피살 후 중간 수사결과 발표 초안을 작성하는 해경 관계자에게 ‘월북 외에 다른 가능성은 없다’는 취지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당시 배에 남은 슬리퍼가 이 씨 것이었다거나, 꽃게 구매 알선을 하던 이 씨가 구매 대금을 도박 자금으로 탕진했다는 등 당시 해경이 밝힌 월북 동기에 대한 내용도 확인되지 않거나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김 전 청장이 이 씨 발견 당시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는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국방부 등의 자료를 보고받은 후 “안 본 걸로 할게”라고 했다는 해경 관계자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은 각각 13, 14일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범죄가 중대한 데다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이 출석 조사 4, 5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문 전 대통령도 조사하나” 여야 공방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검찰의 영장 청구는 덮어놓고 구속해서 망신 주겠다는 심산”이라며 “전 정권 모욕 주기도 이 정도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 일”이라고 반발했다.

여야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국민 한 명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월북몰이를 한 것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피해 갈 수 없다”며 “검찰은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와 관련해 “합참 정보본부에서 애초에 (구명조끼에 기재된) 한자에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청와대 보고서에 집어넣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이거 하나를 갖고 사건을 완전히 뒤집어 몰이를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문 전 대통령도 조사 대상이냐”란 김 의원의 질의에 “가정적 상황에 답변드리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서욱#김홍희#구속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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