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해피살 은폐·왜곡”…서훈·박지원·서욱 등 20명 수사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3일 21시 02분


감사원이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5개 기관에서 20명에 대해 14일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들에게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가 적용됐다.

감사원은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2020년 9월 22일 해수부 공무원이었던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된 뒤에도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 사실이 은폐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씨가 참변을 당한 뒤로도 그의 자진 월북 여부와 시신 소각 여부에 대한 판단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청와대 안보실은 당시 이 씨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국방부로부터 전달받고도 대북통지 주관부처인 통일부 등을 제외한 채 해경 등에만 상황을 전파했다.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열지 않았다. 국방부도 이날 이 씨 발견 정황을 보고 받았지만 군사대비태세 강화나 인질 구출을 위한 작전 검토 등을 하지 않았다. 통일부 역시 당시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해경은 안보실이 ‘정보가 보안사항’이라고 하자 구조 조치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 씨는 이날 오후 9시 40분경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후 소각됐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감사원은 또 당국이 이 씨의 월북 의도가 낮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는 분석·검토하지 않았고, 이 같은 결론과 배치되는 사실은 분석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경은 이 씨의 표류 과정을 예측하는 실험에서 분석결과를 왜곡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안보실이 이 과정에서 다른 기관들에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도록 하는 방침을 내렸다는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당시 이 씨가 자진월북한 근거로 “폐쇄회로(CC)TV 영상의 사각지역에서 신발을 벗어놓고 실종됐다“는 점을 들었지만 이는 국방부가 확인할 수 없던 내용이었다. 또 당시 CCTV는 고장 난 상태에 슬리퍼 소유자가 누군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서 전 장관도 안보실이 관계장관회의에서 군 첩보에는 없던 다른 월북근거를 알려줬다고 진술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감사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관련 공무원에 대한 엄중 문책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름으로 실체 규명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모든 사건 관련자에 대한 수사와 책임에는 그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처음부터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사실관계를 비틀고 뒤집은 조작 감사이자, 대통령실에 주파수를 맞추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만들어낸 청부 감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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