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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北 전투기-폭격기 12대 무력시위… 南 30대 긴급출격

입력 2022-10-07 03:00업데이트 2022-10-0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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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군용기, 황해도 상공 사격훈련
軍, F-15K 등 띄워 ‘1시간 대치’
北, 이틀만에 또 미사일 2발 발사
尹-기시다 통화 “北 중대도발 행위”
동해로 전격 회항한 美항모 ‘레이건’… 슈퍼호닛 전투기 출격 북한이 6일 오전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연이어 쐈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이 전날(5일) 한반도로 전격 회항해 이날 한미일 연합훈련을 벌인 것을 겨냥한 도발이다. 5일 미일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레이건함에서 FA-18E 슈퍼호닛 전투기가 이륙하는 모습. 최대 속도가 음속의 1.7배에 달하는 슈퍼호닛은 정밀유도폭탄을 대량 장착해 북한의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미 해군 홈페이지
북한 전투기와 폭격기 12대가 6일 오후 우리 군이 자체 설정한 특별감시선 남쪽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우리 군은 F-15K, KF-16 등 30여 대의 전투기를 맞대응 출격시켰다. 북한은 이날 오전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쐈다.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이 동해에서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을 실시한 날 연거푸 무력시위를 벌인 것.

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경 북한의 수호이와 미그 기종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가 특별감시선을 넘어 황해도 곡산과 황주 일대를 편대비행하면서 공대지 사격훈련을 했다. 특별감시선은 전투기의 빠른 속도를 고려해 우리 군이 신속 대응하기 위해 북측 상공에 자체 설정한 가상의 선이다. 즉각 대응해야 하는 전술조치선(군사분계선 20∼50km 이북)보단 수십 km 북쪽에 있다. 북한 군용기는 1시간가량 사격훈련을 벌인 뒤 북상했으며 전술조치선은 넘지 않았다. 북한이 군용기 12대를 한꺼번에 동원해 시위성 비행과 사격훈련을 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보다 약 8시간 전인 오전 6시 1∼23분경 북한은 S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각각 350여 km, 800여 km였다. 한미는 초대형 방사포(KN-25)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했다. 발사 지점(평양 삼석)부터 350km 범위에는 계룡대(육해공군 본부)가 있고, 800km 거리는 현재 로널드레이건함이 전개 중인 동해 공해 수역과 거의 일치한다.

북한 외무성은 미사일 도발 직전 “미국이 조선반도(한반도) 수역에 항공모함 타격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의 정세 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5분 동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통화를 하고 북한의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北전투기, 특별감시선 넘어 1시간 사격훈련… 韓美에 ‘강대강’ 맞서


北, 오전 미사일-오후 군용기 도발


군용기 12대, 이례적 무력 시위… 동해 향해 이틀만에 미사일 2발
한미일 훈련합류 美핵항모 겨냥 “핵무력 증강 각인시키려는 행위”
안보리 ‘대북규탄’ 中-러 반대 무산



한·미·일 해군이 6일 동해 상에서 잠수함을 탐색, 추적하는 연합훈련을 5년 만에 실시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 트위터
북한이 한반도로 재전개한 로널드레이건(CVN-76) 미국 핵추진항모강습단의 한미일 연합훈련 참가일(6일)에 맞춰 폭격기와 전투기를 동원한 무력시위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등 강 대 강 대결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항모와 같은 미 확장억제 전력도 막지 못할 정도로 북한의 핵무력이 커졌다는 위협이자 향후 한미 대응에 비례해 도발의 양상도 다양화하는 한편 강도도 높여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 수호이·미그기 등 대남 시위성 기동, 미 항모 겨냥 미사일까지
이날 오후 2시경 우리 군 레이더에 북한 군용기 12대가 빠르게 남하하는 항적이 포착됐다. 수호이와 미그 계열의 복수 기종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는 편대비행을 하면서 거침없이 우리 군이 자체 설정한 특별감시선을 넘어 황해도 곡산과 황주 일대까지 남하했다. 곡산에서 군사분계선(MDL)까지는 60여 km 떨어져 있다. 그대로 남하할 경우 5∼10분 정도면 전술조치선(TAL)까지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남 위협 목적의 시위성 비행으로 판단한 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공중 초계 전력(F-15K 전투기)과 긴급 출격한 후속 전력 등 30여 대의 전투기가 전방지역으로 속속 투입됐다. 같은 시간 북한 군용기들은 곡산과 황주 일대를 1시간가량 비행하면서 특정 지역에서 공대지 사격을 한 뒤 돌아간 것으로 군은 파악했다.

10대 이상의 북한 폭격기·전투기가 특별감시선을 넘어와 시위성 비행과 사격훈련을 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이례적인 시위성 기동에 맞서 압도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공세적 비행과 사격훈련은 한미 공군의 공대지 폭격훈련과 지대지 미사일 무력시위에 맞대응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날 오전 6시경 북한은 로널드레이건 항모가 참가한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이 진행된 동해상으로 SRBM 2발도 쐈다. 2발의 비행거리는 각각 350여 km, 800여 km인 것으로 탐지됐다. 800여 km를 비행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되는 1발은 발사 지점(평양 삼석) 기준으로 미 항모강습단이 참가한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이 진행된 동해상 대부분이 타격권에 포함된다.

군 관계자는 “미 전략자산의 잇단 전개를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핵무력이 증강됐음을 한미에 각인시키려는 무력시위”라고 말했다. 다량의 핵탄두와 한국과 일본, 괌은 물론이고 미 본토까지 때릴 수 있는 투발수단(미사일)도 갖췄다고 판단한 북한이 강 대 강 대결을 위한 무력 공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말부터 미 중간선거(11월 8일) 사이에 7차 핵실험으로 도발 정점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미사일 도발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북한 미사일 도발을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도발한 점에 주목하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 한미일 대 북-중-러 갈등으로 대북 규탄 또 무산
북한 미사일 도발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갈등으로 무기력하게 끝났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북한은 안보리 두 상임이사국(러시아 중국)의 전면적 보호(Blanket Protection) 속에 전례 없는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두 상임이사국이 김정은의 (미사일 도발) 행동을 가능케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미사일 당사국으로 안보리에 초청받은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안보리의 침묵에 대해 북한은 빈번한 미사일 발사와 핵 법제화로 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탓”이라고 주장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 군사경쟁을 강화하고 있는데 한반도 긴장 고조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안나 옙스티그니바 러시아 부대사도 “평양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근시안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높은 군사 행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안보리 공개회의 이후 비공개회의에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자고 미국 측이 제안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도발의) 길을 계속 간다면 비판이 확산되고, 고립이 심화되며, 대응 조치가 강화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감시선
북한 전투기가 접근할 경우 군사적 위협 징후로 보고 아군의 추적 감시 등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후속 조치를 하기 위해 북한 상공에 가상으로 설정한 선.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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