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재판 시작 30분 만에 법정 나가버린 유동규[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⑪]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6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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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사진 홍진환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사진 홍진환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저희 피고인에게 재정의무(재판장의 허가 없이는 법정을 나갈 수 없다는 것)가 없으면 퇴정하겠습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17차 공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측 변호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판부가 “알아서 하셨으면 한다”고 답하자 유 전 직무대리는 그대로 법정을 나갔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서증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증거조사는 재판부가 검찰이나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거에 대한 의견을 듣고 “증거능력이 있다”고 봐서 채택하는 결정을 내려야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피고인이 여러 명인 경우 하나의 서증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때 필요한 경우 재판부는 동의한 피고인에 한해서 먼저 증거조사를 하기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날 ‘대장동 5인방’ 중 유일하게 혐의를 인정하는 입장인 정영학 회계사만 증거에 대해 모두 동의하는 의견을 내면서, 재판부는 일단 서증조사를 정 회계사에 한해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재판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증인신문 과정에서 단편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서류들을 먼저 쭉 살펴보고 사건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겁니다.

이에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정 회계사를 제외한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전제로 설명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특히 유 전 직무대리 측은 검찰이 서증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유 전 직무대리가 언급된 것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 측은 “정 회계사의 증거 조사 중에 다른 피고인을 탄핵하는 내용으로 부당하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서증조사를 진행하는 취지를 다시 설명하고 “나중에 반대진술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며 피고인 측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또 검찰에는 서류의 객관적 의미에 대한 설명에 집중해주고, 피고인 측에는 설명 하나하나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유 전 직무대리 측은 “공판절차가 분리됐다고 이해한다”며 재판이 시작된 지 30분 만에 퇴정했습니다.

● “대장동에서 많은 수익 예상된다는 생각 버려라” 내용 담긴 문건도 공개

2015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보고’ 문서에 담긴 민간 컨소시엄 채점 결과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 검찰은 당시 내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정민용 변호사가 화천대유 측 성남의 뜰 컨소시엄에 유리한 ‘편파 심사’를 했다며 
25일 정 변호사의 상대평가 채점표를 공개했다.
2015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보고’ 문서에 담긴 민간 컨소시엄 채점 결과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 검찰은 당시 내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정민용 변호사가 화천대유 측 성남의 뜰 컨소시엄에 유리한 ‘편파 심사’를 했다며 25일 정 변호사의 상대평가 채점표를 공개했다.
이날 검찰은 2011년 대장동 사업 추진을 처음 검토하던 시기부터 2015년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된 시기까지 성남시와 공사에서 작성된 서류 등을 공개했습니다. 대부분은 앞선 재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몇 차례 제시되거나 언급된 서류였습니다.

그 중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당시 성남시장)이 결재한 문건도 여럿 포함됐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고문이 2011년 7월 결제한 문건에는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에서 3200억 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공사가 수익을 분배받을 경우 출자 비율대로 분배받는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2015년 사업이 본격화될 당시 공모지침서,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서 등 주요 서증이 작성된 시기를 전후해 만들어진 서류들도 공개돼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2014년 12월 31일자 ‘시장님 지시사항’ 문건에는 이 고문이 유한기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등에게 “사전에 공모 계획을 알려서 경쟁 입찰이 되도록 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시 공사에서 공모지침서 관련 업무를 담당한 개발사업팀은 공고 단 하루 전에야 공모지침서를 전략사업실 소속 정민용 변호사에게 전달받았는데, 이에 대해 정 변호사 측은 “외부 사업자 등에게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보안유지를 명분으로 개발사업본부에서 (공모지침서를) 열람하지 못하게 한 건 지시사항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정 변호사의 주장이 당시 시장의 지시사항과도 모순된다는 걸 지적한 겁니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정 변호사가 개발사업팀과 논의 없이 공모지침서를 작성한 건 ‘7대 독소조항’ 등을 반영해 민간의 몫을 키우기 위해서였다고 봅니다.

앞선 재판에서는 당시 뒤늦게 공모지침서를 전달받은 개발사업팀 파트장 주모 씨가 “초과이익 환수를 위한 근거 조항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의제기를 했다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크게 질책을 당했다는 증언이 여러 번 나왔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그 당시 정 변호사가 주 씨의 주장을 반박한 ‘주차장님 반박자료’ 문건이 공개됐습니다. 정 변호사는 이 문건에 “주 차장은 대장동에서 많은 수익을 예상한다고 하지만, 이는 사후 감사에서 문제될 수 있기에 이런 생각 자체를 버리는 게 바람직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검찰은 당시 대장동 5인방이 의도적으로 대장동 사업의 예상 수익을 축소했다고 봅니다.

● 김만배 측 “언론 프레임 걷어내면 성공한 사업 아니냐”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당시 화천대유 측 성남의 뜰 컨소시엄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일부. 검찰은 25일 재판에서 이를 공개하며 성남의 뜰 컨소시엄이 “사업 성공을 확신하다”고 한 부분이 “대장동 사업은 리스크가 있는 사업이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당시 화천대유 측 성남의 뜰 컨소시엄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일부. 검찰은 25일 재판에서 이를 공개하며 성남의 뜰 컨소시엄이 “사업 성공을 확신하다”고 한 부분이 “대장동 사업은 리스크가 있는 사업이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앞선 21일 열린 16차 공판에서는 하나은행 부장 이 씨에 대한 반대신문이 진행됐습니다. 이날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측 변호인은 “대장동 사업에서 공사가 확정이익을 만들어서 (공공이) 50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확보했다”며 “언론에서 문제삼는 프레임을 걷어내면 성공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 씨는 “사업만 본다면 잘됐다고 생각하고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어려운 시절에 나름 도전한 영역이라고 본다”면서도 “아쉬운 부분은 이렇게까지 이익이 크게 날 것으로 예상됐으면 그에 대한 부분도 보완됐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당시엔 이 정도까지는 (수익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 측이 ‘5000억 원이 넘는’ 이익의 일부로 보는 성남 서판교터널 및 기반시설 조성비(약 700억 원)는 단순 ‘공익 환수’로 보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터널 공사가 이뤄지면 결국 (대장동 사업 부지의) 입지가 좋아져서 분양가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고 물었습니다. 터널이 뚫려서 땅값이 오르면 전체 수익이 커지고, 민간이 가져갈 몫도 커진다는 겁니다. 이 씨는 “적극 공감한다”며 “당시에 (민간이) 사업비용이 늘어나는 걸 받아들여도 실제 수익에는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이 씨는 2015년 초 화천대유 측과 대장동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준비하던 때 “사업계획서 작성을 주도한 건 정영학 회계사, 실무는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가 주로 많이 했다”는 증언도 했습니다. 또 “당시 분위기로 봐서는 이 전 대표와 정 회계사가 김 씨를 깍듯이 모셨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1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는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황 전 사장은 2015년 2월 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날 때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이 유 전 직무대리와 ‘윗선’을 거론하며 사퇴를 압박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0월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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