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일할 수 있게 도와 달라… 난관 있다고 개혁 우회는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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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집무실 이전’ 충돌]
靑, 안보이유로 용산이전 제동 걸자… 성일종 “5년 내내 北비위 맞춰 놓고”
김기현 “지방선거 겨냥한 발목잡기”… 국민의힘 나서 “안보 내로남불” 맹공
尹측, 靑 제동 예상못해 당혹감 속 추가확전 자제하며 여론 살필듯

尹, 인수위 간사단 회의 참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 처음 참석해 각 분과 간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尹, 인수위 간사단 회의 참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 처음 참석해 각 분과 간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저희는 일하고 싶다. 일할 수 있게 도와 달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이 발표 하루 만에 청와대의 반대에 가로막히자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2일 오전 이렇게 말했다. 전날 김 대변인은 청와대의 제동을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한 협조 거부’라고 규정했다. 이에 김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당선인 1호 과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비협조로 민생에 매진할 여건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국민을 향한 호소로 청와대를 우회 압박한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안보 공백’을 앞세운 청와대의 제동에 “내로남불의 정점”이라며 이날도 부글부글 끓었다. 다만 청와대의 반응은 예상치 못한 것이라 당혹스러워하며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색도 감지됐다.

○ 국민의힘 “병 주고 약까지 내놓으라는 것”
청와대가 이날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며 안보 공백 우려를 덜 방안을 내놓으라고 하자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격앙된 표정을 지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한테 병 주고 약까지 가져오라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날 오전까지는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의지가 지켜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가 오후에 느닷없이 안보 공백 우려를 꺼내 들고, 이번에는 해법을 내놓으라고 하니 궤변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국민의힘이 역할 분담을 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안보 공백’을 내세울 자격이 있느냐며 맹공을 퍼부었다. 한 의원은 “내가 하는 안보는 괜찮고 네가 하는 안보는 위해하다는 내로남불 안보관”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성일종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이 대한민국 자산 700억 원을 투입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해도 5년 내내 북한 비위를 맞추던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제동을 정권 이양기 정국 주도권을 끝까지 빼앗기지 않으려는 행위로 보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들과의 텔레그램방에 “지방선거를 겨냥한 새 정부 출범 방해 행위이자 발목 잡기”라는 글을 올리고 주변에 공유할 것을 독려했다.

○ 당혹스러운 기류도…여론 살피며 확전 자제
‘국민과의 약속’을 다짐하고 있는 윤 당선인 측은 용산 집무실 이전에 강경하다. 김 대변인은 이날 “난관을 이유로 꼭 해야 할 개혁을 우회하거나 미래에 국민들의 부담으로 남겨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무실 이전이 임기 시작 이후로 미뤄지더라도 현재 당선인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서 임기를 열고,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하면 된다며 ‘배수진’을 쳤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흐른다. 집무실 이전은 문 대통령과 접점이 있는 공약이라고 여겨 반대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통의동 근무-서초동 거주’를 내걸기는 했지만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아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추가 확전을 자제하며 여론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용산 이전’에 호의적이지 않은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데다 자칫 신구 권력 간 치킨게임 양상을 보였다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협상을 맡은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물밑 조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한 인수위 관계자는 “의제를 충분히 정리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만을 위해 만난다면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인수위#윤석열#청와대#집무실#용산#대국민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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