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우크라가 러시아 자극’ 해명…“오해드렸다면 표현력 부족”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26일 2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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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것을 “본의와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토론 발언을 두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저는 어느 대선 후보보다 먼저 명료하게 러시아 침공을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지지 입장을 밝혀 왔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어제 TV토론 전문을 보셨다면 제가 해당 발언 직후에 러시아의 침공을 분명하게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의 불안한 외교·안보관을 지적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며 “그러나 제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했다.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는 듯 했지만 명확한 사과나 유감 표현은 없었다.

이 후보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자신들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지켜 나가려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의 입장과 노력을 전폭 지지한다”며 “러시아의 침략 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책임질 대통령 후보로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아울러 러시아가 군대를 즉각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저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위한 국제법의 준수,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우리나라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억제력, 동맹과의 공조와 연합이 중요하다는 점도 깊이 되새겼다”면서 “그런 점에서 윤 후보님의 언사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화살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돌렸다.

이 후보는 “윤 후보님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자신의 선제타격론과 핵무기 공유론을 정당화하고 저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며 “윤 후보님은 토론에 앞서 본인의 SNS에 ‘우크라이나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라는 종이 각서 하나를 믿었다’, ‘핵을 포기하는 대신에 신속히 나토에 가입해야 했다’고 하며 불행한 사태를 맞은 우방국 정부를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가슴을 후벼 파는 이런 냉소적 언사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의 처사로 합당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태도가 바로 제가 토론에서 지적한 초보 정치인의 한계인 것”이라고 썼다.

앞서 이 후보는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과 사드 추가 배치 등을 집중 공격하면서 “전쟁은 정치인들이 결정을 하고 전쟁에서 죽는 것은 젊은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며 “물론 러시아가 주권과 영토를 침범한 행위는 강력하게 규탄을 해야 한다. 그러나 외교의 실패가 곧 전쟁을 불러온다는 아주 극명한 사례”라고 했다.

이는 코미디언 출신으로 정치 시트콤에 출연, 전국민적 인기를 바탕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보 정치인’으로 지칭하며 사태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여겨져 논란이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사태 원인을 ‘러시아를 자극한 외교 실패’로 규정한 셈이어서다. 전쟁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또 정치 경험이 8개월 가량에 불과한 윤 후보를 ‘초보 정치인’으로 비판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국민들의 비극을 가져다 쓴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윤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을 국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해서는 안될 발언으로 비판했던 이 후보가 정작 대통령이 되려는 자신은 외국 지도자에게 공개적으로 능력 부족을 지적한 것이 외교적으로 적절하냐는 지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후보의 발언이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도 공유되며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도 “외국 지도자를 대한민국 선거판으로 호출해 모욕주는 사람이다. 국제적 망신이자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윤석열 대선후보), “2차 가해 정도가 아니라 금도를 넘는 천박한 인식”(이준석 대표), “러시아가 아닌 침공당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자초했다는 인식이 충격적”(이양수 수석대변인) 등 맹공을 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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