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기재부 예산편성권 靑이관”… 尹 “靑조직 축소-집무실 이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1일 2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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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줌인

대선 후보들은 선거 과정에서 집권하면 국민에게 위임 받은 권한을 5년 동안 어떻게 쓸지를 저마다 약속한다. 정치개혁 및 정부혁신 공약은 국정운영에 관한 후보들의 구상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분야다. 3·9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후보들도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줄이는 한편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게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등 각종 개혁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후보 간 차이도 있다. 큰 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큰 정부’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李 “예산편성권 청와대 이관” vs 尹 “청와대 해체”

청와대의 기능과 권한을 놓고 여야 주요 후보는 상반된 개편 공약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청와대나 국무총리실로 옮기겠다고 했다. 기재부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예산편성 기능을 떼어내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1월 인터뷰에서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받드는 것은 선출 권력이고,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의 지휘에 따르도록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 있다”면서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며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에 이 후보의 공약에는 선출 권력의 재정 집행을 기재부가 막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후보는 ‘청와대 해체’를 내걸었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새 대통령실을 만들고 기존 청와대 부지는 역사관이나 시민공원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지금은 (청와대)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까지 차를 타고 가지 않느냐. 그렇게 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다”라며 집무실 이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윤 후보는 임기 시작 전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청와대 운영의 주축인 수석비서관을 모두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민정수석실과 제2부속실 폐지, 대통령실 인원 30% 감축 등 청와대 조직 슬림화도 예고했다. 대통령 관저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이 후보는 책임총리제 도입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14일 기자회견에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도입하고, 총리에게 각료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임기 내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 쏟아졌던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을 고려해 민관합동위원회 모델을 꺼내들었다. 국정은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겠다는 구상이다. 또 정책 집행 등 부처 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은 총리와 장관에게 주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놓고 李 “기능 조정” vs 尹 “폐지”

이번 대선에서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이슈가 된 여성가족부 개편 문제에 대해선 이 후보는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바꾼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여가부 기능을 살려두되 남성들이 역차별 받지 않도록 기능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못 박았다. 윤 후보는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운영의 세부 방향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 구상도 내놓았다. 이 후보는 실용외교 노선에 따라 통일부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이다. 명칭을 ‘평화협력부’ 또는 ‘남북관계부’로 바꾸고 역할을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내부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관계된 부서들의 역할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후보는 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업자원부에서 에너지, 자원 기능을 떼어내 환경부와 합치는 방안이 거론된다.

윤 후보는 임기 3년 내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축해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빅데이터와 AI기술을 활용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선제적으로 예견하고 대처하는 정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적용 대상 부처는 기재부, 과기부, 산업부가 될 전망이다. 그는 “공교육, 행정, 국방, 복지, 재정 모든 분야에 AI를 적극 도입해서 정부가 AI 산업 육성을 위한 선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강성휘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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