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동주]국민이 최대 피해자인 집권 2년 차 당청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9일 23시 09분


조동주 정치부 기자
조동주 정치부 기자
“정치는 자신의 본질적 지향이라고 하는 게 있다. 그러나 그 본질적 지향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공감하는 사람만 모아서는 전체를 대표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정당의 본래 목적은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럽 순방 성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도중 이른바 ‘명청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집권 여당의 역할에 대해 “이론가, 운동가, 실천가와 정치인은 다르다”며 “정치는 현실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순방 출국 전날인 8일 기자회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진두지휘한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도지사는 12 대 4로 이겼지만 수도 서울 탈환에 실패한 것에 대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다음 날 이 대통령이 순방 출국길에 늘 배웅 나갔던 정 대표를 부르지 않고 당권 경쟁자인 김민석 국무총리를 참석시키자 정 대표에 대한 불신임 메시지라는 해석이 더욱 힘을 받았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을 의식했는지 정 대표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내내 공식 석상에서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극찬했다. “세계 무대에서도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보여줬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교과서” 등 연일 앞장서 이 대통령 띄우기에 나선 것.

하지만 정 대표는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에 대해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정 대표는 16일 8·17 전당대회 개최를 위해 당헌을 개정하며 “당원의 힘으로 지역에서부터 중앙까지 지도부를 구성해 다시 뛸 것”이라고 말했다. 19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다”며 그간 제한적 허용에 무게를 실어 온 이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친명(친이재명)의 반응은 차디찼다. 계파색이 옅은 박지원 의원도 “정 대표는 죽어도 (전당대회에) 나갈 것 같다. 정 대표가 나오면 국민과 당원이 심판하면 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8월 17일 집권여당의 새 대표가 누구로 결정되든 반쪽짜리밖에 될 수 없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전당대회 후 국정 운영 동력은 깎여 나갈 것이다. 정부가 미는 정책이라도 당이 입법으로 받쳐 주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게 된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이재명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호들갑 섞인 우려도 있다.

집권 2년 차에 벌어지는 당청 갈등의 본질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넘어 2030년 대선 주자에 대한 지분을 두고 벌어지는 진영 간 싸움이다. 의원들 사이에서 “이번에 지는 쪽이 2028년 총선 때 무조건 ‘하위 20%’”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진 쪽이 다음 총선에서 컷오프 대상인 하위 20%로 지목돼 ‘공천 학살’을 당할 거란 취지다.

목숨줄 걸고 싸우는 어른들 싸움은 못 말린다. 말린다고 말려지지도 않을 것이다. 친명이든 친청이든 싸울 거면 누가 더 국민을 위할 수 있는가를 놓고 실력으로 싸우라. 누구든 국민 앞에 성과를 보여주면 저절로 이길 것이고 정당성도 커질 것이다. 그게 집권세력의 자세다.

#이재명#정청래#6·3 지방선거#당청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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