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李 대면뒤 “흔들리는 게 인생” 연임 의지… 당내 “당원이 심판”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9일 04시 30분


李 4월 귀국땐 鄭과 웃으며 대화
이번엔 둘다 굳은 표정으로 악수만
李, 순방설명 여야대표 초청 대신 11일 만에 다시 기자회견 열기로
“鄭과 불편한 관계 반영” 해석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 순방을 떠났던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 대통령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수고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허리를 굽혀 인사했지만 따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대면한 것은 6·3 지방선거 이후 처음이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 순방을 떠났던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 대통령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수고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허리를 굽혀 인사했지만 따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대면한 것은 6·3 지방선거 이후 처음이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수고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유럽 순방을 마친 뒤 허리를 90도로 숙여 ‘폴더 인사’를 하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에게 이같이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일부 참석자는 미소를 띠었지만 이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6·3 지방선거 전인 4월 인도·베트남 순방 귀국 행사에서 정 대표와 악수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기류가 여실히 드러난 것.

해외 순방을 마친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를 불러 성과를 설명하는 대신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소통에 나서기로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대표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鄭 폴더 인사에 李 “수고했습니다”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는 김 총리와 정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가 나와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청와대에서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익표 정무수석비서관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 중이던 인사들 앞을 빠르게 지나가며 악수를 나눴다. 정 대표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자 이 대통령은 “수고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 총리도 허리를 굽혀 인사했지만 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대면은 지방선거 이후 처음이다. 9일 이 대통령의 유럽 출국 당시 공항 환송 행사에 김 총리는 참석하고 정 대표는 불참하면서 김 총리에게 ‘명심’(明心·이 대통령 의중)을 실었다는 해석이 제기되면서 이날 귀국 환영 행사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6.18 ⓒ뉴스1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6.18 ⓒ뉴스1
특히 정 대표가 다음 날인 10일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청와대 내에선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협박 아니냐” “결국 당이 쪼개지는 것을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등 순방 기간 당청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 귀국 전날 입장문을 통해 김 총리와 정 대표 모두 귀국 환영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 환영식에서 당청 간 이상 기류가 재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순방 결과 공유를 위한 여야 대표 초청 대신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것도 정 대표와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순방 하루 전인 8일 2시간 45분에 걸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가진 이 대통령이 11일 만에 다시 기자회견에 나서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선거 이후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 대통령이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전당대회를 둘러싼 내분이 지지율 하락 원인”이라며 “이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與 “鄭 출마하면 당원이 심판”


민주 의총서 “선관위 전면 개혁”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앞줄 가운데)와 소속 의원들이 18일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과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정복 이성윤 최고위원, 정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민주 의총서 “선관위 전면 개혁”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앞줄 가운데)와 소속 의원들이 18일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과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정복 이성윤 최고위원, 정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월드 클래스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로서의 풍모를 십분 발휘한 역대급 외교 성과에 경의를 표하며 감사드린다”면서 “당정청이 뭉쳐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번영을 위한 대통령 노력에 적극 동참하자”고 했다.

다만 정 대표는 의총에 앞서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흔들리면서 젖으면서 가는 게 인생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의 문구를 인용해 당 대표 연임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행보에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정 대표는 죽어도 나갈 것 같다. 정 대표가 나오면 국민과 당원이 심판하면 되는 것”이라며 정 대표의 불출마를 촉구했다. 김영진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나의 출마 여부가 당원에게 달려 있다, 국민에게 달려 있다 이런 얘기는 한가한 것 같다”며 정 대표를 비판했다. 이건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 대표의 90도 인사는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며 “90도 인사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정치기술이고 정치행위다. 말로만 하는 칭송, 듣기 싫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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