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버킷리스트 ‘미스터 폴리스’ 도전해 50대 1위 했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안관종 서울경찰청 김포공항경찰대 안보팀장이 서울 강서구 엠스타피트니스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2018년 ‘미스터 폴리스’ 도전이란 버킷리스트를 정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안 팀장은 2024년 그 대회 50세 이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내년 은퇴한 뒤에는 시니어 보디빌딩 지도자로 나설 계획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안관종 서울경찰청 김포공항경찰대 안보팀장이 서울 강서구 엠스타피트니스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2018년 ‘미스터 폴리스’ 도전이란 버킷리스트를 정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안 팀장은 2024년 그 대회 50세 이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내년 은퇴한 뒤에는 시니어 보디빌딩 지도자로 나설 계획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경찰 생활 27년째 되던 2018년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첫 번째가 ‘미스터 폴리스’ 도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몸 관리를 해오면서 ‘언젠가는 한번 해 봐야지’ 하던 꿈이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주춤했지만 2024년 경찰 최고의 보디빌더를 뽑는 미스터 폴리스에 출전해 50세 이상 부문에서 1위를 했다. 안관종 서울경찰청 김포공항경찰대 안보팀장(59)은 근육운동을 하면서 정년 이후 삶까지 설계하게 됐다.

“30, 40대 땐 거의 알코올 중독으로 불릴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어요. 탄탄하던 몸도 많이 망가졌죠. 무엇보다 정년이 다가오면서 ‘내가 한 게 뭐지?’란 생각이 들면서 삶이 무료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삶의 목표를 하나씩 만들게 됐습니다.”

안 팀장이 2018년 늦깎이로 숭실사이버대 청소년코칭학과에 입학한 게 변화의 시작이다. 서울 종로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으로 근무할 때 제도권 도움을 받지 못하는 범죄 피해 청소년들을 목격하며 이들이 피해당하기 전 예방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청소년 심리를 알아야 범죄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판단해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퇴직 전 미스터 폴리스에 꼭 참가해 경찰 달력을 만들어 얻는 수익금으로 범죄 피해 아동을 돕겠다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경찰 보디빌더들이 모델로 참여해 제작되는 경찰 달력은 아동학대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학대 피해 아동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경찰관들이 기획해 2018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트니스센터가 문을 닫는 바람에 일상이 무너지면서 약 2년을 허비했어요. 하지만 코로나19가 2022년 들어 슬슬 잠잠해지면서 다시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죠. 2023년 1월부터는 술을 끊고 몸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2024년 8월 열린 미스터 폴리스에서 입상했죠. 정말 기뻤습니다.”

당시 하루 4시간 이상 고강도 훈련을 했다. 새벽에 공복 유산소 운동으로 지방을 태웠다. 퇴근 후에는 3시간 이상 근육을 만들었다. 대회를 앞둔 마지막 2∼3개월은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식단까지 철저히 관리했다. 보디빌딩 무대 포즈도 제대로 배웠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근육운동은 혼자 고립돼 자신과 싸우는 운동이다. 하지만 나와 아이들을 위해 버텼다”고 회상했다.

꾸준히 운동하자 몸이 달라졌다. 거울 앞에 선 자신을 보며 “나도 이렇게까지 됐네”라고 감탄할 정도로 몸이 탈바꿈했다. 8개월간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미스터 폴리스에서 입상한 뒤 그해 11월에는 경기 파주시장배 대회에 출전해 50대 부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안 팀장은 “성취감과 자신감, 그리고 당당함을 얻었다. 무료했던 시간이 대회 입상 하나로 꽉 차올랐다”고 했다.

전남 장성 출신인 안 팀장은 중학생 때 태권도를 시작해 장성군 대표로 활약할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복근이 선명하고 하체가 탄탄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온 뒤 군 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어린 시절 ‘셜록 홈스’ 시리즈를 감명 깊게 읽으며 꾸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1992년 경찰이 됐다. 초기에는 대통령 경호실 22경찰 경호대에 파견돼 7년간 근무하며 태권도(4단)와 특공무술(3단)을 갈고닦았다.

내년 정년퇴직하는 안 팀장은 근육운동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보디빌딩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을 획득해 노년층을 지도할 계획이다. 그는 “나이 드신 분들로부터 ‘젊은 트레이너한테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으면 몸에 맞지 않는 훈련을 시킨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며 “같은 나이대인 내가 적합한 운동법을 알려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대학보디빌딩피트니스연맹 심판 자격증도 획득했다. 20일부터 인천 상상플랫폼에서 열리는 대학 보디빌딩 대회에서 심판을 볼 예정이다.

“퇴직을 준비하느라 최근 대회 출전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실버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할 겁니다. 요즘 대회가 연령대별로 나눠서 열리기 때문에 퇴직 이후에도 충분히 무대에 설 수 있습니다. 근육운동을 만나 저도 건강해졌고 제2의 인생도 설계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젠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찾아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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