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지’ 끌어낸 마크롱… ‘베르사유궁의 유혹’ 통했다

  • 동아일보

트럼프 홀린 황금장식… 귀국 일정도 미루며 만찬
트럼프, 화려한 궁전내부에 “뷰티풀”… G7 정상회의 일정 마지막까지 소화
만찬 중 美-이란 종전 MOU 서명도
마크롱의 ‘취향저격 외교’ 성과 이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 프랑스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화려한 궁전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베르사유=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 프랑스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화려한 궁전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베르사유=AP 뉴시스
“정말 아름답다(So beautiful).”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프랑스 파리 인근 베르사유 궁전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찬을 포함한 회담을 가졌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약 22km 떨어진 베르사유궁은 ‘태양왕’ 루이 14세(재위 1643∼1715년)의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평소 군주제에 호감을 표했으며 지난해 1월 재집권 후 백악관 집무실을 황금 장식으로 재단장하는 등 황금과 화려한 건축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는 장소로 꼽힌다.

마크롱 대통령은 15∼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자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내 성대한 의전을 제공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당초 16일 귀국할 예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베르사유 만찬에 초청받은 뒤 귀국 일정을 하루 미뤘다. G7 정상회의 전체 일정을 소화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에도 서명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수년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아부하고 그의 우선순위를 맞출지 모색한 끝에 이룬 외교 성과라며 “모든 아첨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귀국 연기시킨 ‘베르사유의 유혹’

프랑스 대통령실(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만찬이 올해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을 프랑스가 지원해 미국의 독립이 확정된 1783년 ‘파리 조약’이 베르사유궁에서 체결됐기에 이날 만찬 장소로 선정됐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여사의 접대를 받으며 금박으로 장식된 베르사유 궁전 곳곳을 둘러봤다. 궁전의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로어갤러리에서 만찬도 즐겼다. 메뉴는 비고르산 흑돼지, 루아르산 아스파라거스, 부르보네산 가금류, 지역 특산 치즈 모둠이었다.

이 공간에는 루이 14세가 직접 주문 제작했던 조각상들도 배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때만 해도 그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등으로 미국과의 안보 협력 중요성이 강조되자 최근에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열린 자세를 갖고 손님(트럼프 대통령)을 정중히 대접함으로써 국익을 수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정말 환상적인 일을 했다”며 흡족해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경색된 대서양 동맹을 개선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을 대접했다고 분석했다.

● 우크라이나 지원도 호소

마크롱 대통령 외에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 유럽 주요국 정상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밀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올 2월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했을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번 G7 회의 후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미국과 이란의 MOU를 환영하고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에 유럽이 참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분주했다. 폴리티코는 유럽 외교관들을 인용해 16일 저녁 진행된 비공개 만찬에서 서방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전쟁의 실질적 패자는 러시아”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의 공습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모승천대성당이 불타는 사진 등을 보여 준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 공동성명에 서명하게 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변덕에 대한 유럽 외교가의 우려는 여전하다. 그가 언제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유럽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트럼프가 늘 마음을 바꾼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자조했다.

#도널드 트럼프#에마뉘엘 마크롱#베르사유 궁전#G7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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