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요양병원 다리 절단, 환자 보호자가 간절히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9일 11시 48분


경찰, 다리 잘못 버린 요양병원 수사
“수술실 없어 병실서 괴사 부위 절단”

19일 오전 인천 연수구 연수경찰서에서 이헌 형사과장이 이달 10일 인천의 한 재활용품 선별시설에서 발견된 사람 다리 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19일 오전 인천 연수구 연수경찰서에서 이헌 형사과장이 이달 10일 인천의 한 재활용품 선별시설에서 발견된 사람 다리 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10일 인천의 한 재활용품 선별시설에서 발견된 사람의 다리는 요양병원에서 절단한 80대 노인의 다리를 자원봉사자가 의료용 석고(깁스)로 착각해 잘못 배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괴사가 상당히 진행돼 보호자 요청에 따라 병실에서 절단이 이뤄졌고, 이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19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연수구의 한 재활용품 선별시설에서 발견된 다리는 8일 중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절단 수술을 한 89세 여성 입원 환자의 것으로 파악됐다. 1일 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이미 다리 괴사가 상당히 진행돼 무릎 부위가 분리되고, 마취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신경이 손상된 상태였다고 한다. 의료진은 보호자 요청에 따라 병실에서 가위로 무릎 아래 다리 부위를 절단했고, 이를 붕대에 감싸 의료폐기물 전용 봉투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요양병원에는 별도의 수술실이 없었다.

하지만 이튿날 병원 자원봉사자인 60대 남성은 쓰레기통을 청소하던 중 의료폐기물 봉투에 담겨 있던 다리를 의료용 석고로 착각해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옮겨 담아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절단된 다리의 길이는 약 41㎝로, 자원봉사자가 이를 옮기는 모습이 병원 내부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이렇게 재활용 봉투에 담겨 버려진 다리는 재활용품 수거 업체에 의해 수거됐고, 연수구에 있는 재활용품 선별시설까지 옮겨져 선별 작업을 하던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후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병원 측은 자신들이 배출한 것인지 의심했고, CCTV 등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17일 경찰서를 찾아 신고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인력 등을 포함해 102명 규모의 수사본부까지 꾸려 수사에 나선 경찰이 정확한 유입 경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사이, 병원 측이 자진 신고를 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강력 범죄를 의심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던 경찰은 요양병원에서 오배출한 사건으로 보고 수사 방향을 바꿔 해당 병원의 폐기물관리법과 의료법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병원 측의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고,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폐기물관리법은 신체 조직을 포함한 의료폐기물을 전용 용기에 담아 다른 폐기물과 엄격히 분리해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헌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대형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해 (보호자가) 어쩔 수 없이 모시고 나왔고, 환자의 상태가 심해 받아주는 병원이 없다 보니 보호자가 해당 요양병원에 입원과 다리 수술 등을 간절히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라며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강력팀 2개 규모의 전담수사반을 통해 병원 법인과 관리 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법 위반 여부를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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