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영개발” 공언할때, 유동규는 어떻게 ‘민관개발’ 수뢰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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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의혹]
성남시, 공영개발 재확인했지만… 유, 민관개발 제안하며 3억대 챙겨
결국 유가 주장한 민관개발 이뤄져… “야당 방해 탓” 이재명 주장 무색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동아일보 DB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동아일보 DB
성남시가 대장동 부지를 공영개발로 추진하던 2012년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가 남욱 변호사 등에게 민관합동 방식을 제안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전 직무대리의 공소장에는 그가 남 변호사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그 대가로 민간사업자로 선정한 후 민관합동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2010년 성남시장 당선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을 공공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2011년 3월 성남시는 대장동을 공공개발로 추진하는 도시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이듬해 6월에는 이 후보가 직접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지역 30만 평 개발사업을 공영개발로 전환하여 그 개발이익을 성남시가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012년 4월 성남시설관리공단(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대장동 개발 태스크포스(TF)를 맡고 있던 유 전 직무대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업을 민관 공동 개발 방식으로 추진함으로써 성남시와 민간이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성남시는 곧바로 “중대한 도시 개발을 멋대로 발표했다. 공영개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데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당시에도 이 후보와 측근인 유 전 직무대리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은 유 전 직무대리의 구상대로 민관합동 방식으로 실현됐다. 2013년 9월 성남시는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사업’ 진행 등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재선한 뒤 성남시는 2014년 12월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민관합동 개발 방식 채택을 공고했다.

특히 유 전 직무대리는 2015년 3월 화천대유를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하도록 하고 같은 해 6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을 묵살하고 민간사업자에 막대한 수익이 돌아가도록 사업협약 등을 체결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2013년 3월부터 8월까지 민관합동 개발을 연결고리로 남 변호사 등 대장동 개발업자에게 금품을 요구해 3억5200만 원의 뇌물을 받았고 개발이익의 25%인 700억 원 지급도 약속받았다.

일각에선 유 전 직무대리가 2012년부터 민관합동 개발을 추진하며 뇌물을 챙겼는데도 이 후보가 야당 탓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그동안 “공영개발은 국민의힘 세력이 방해해 추진하지 못했다”, “(2010∼2014년 첫 시장 임기) 4년 동안 싸웠는데 도저히 어떻게 공공개발을 관철할 수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유 전 직무대리의 비위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참으로 안타깝고 개인적으로 보면 배신감을 느낀다”며 자신과의 연관성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대장동#공영개발 공언#유동규#민관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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