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신복지 공약 챙기겠다”…이낙연 “정권 재창출 힘 보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4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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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만남이 경선 종료 2주 만에 성사됐다. 이 전 대표가 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직을 수락하고,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인 ‘신복지’ 정책을 직접 챙기기로 하면서 경선 과정에서 극단까지 치달았던 두 사람의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원팀’ 구성의 선결 과제로 꼽혔던 이 전 대표와의 회동을 마무리 지은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대선 주자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 30분 간 만난 李-李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24일 이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서울 종로구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10일 경선 종료 14일 만에 처음 얼굴을 맞댄 두 사람은 입장부터 손을 잡고 서로를 끌어안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였다.

이 전 대표는 회동 시작 전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문재인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 위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당원 지지자들께서 여러 생각 가질 수는 있지만 민주당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이어가야한다는 대의를 버리지 마시길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그리고 마음에 남은 상처가 아물도록 당과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양측의 공방전의 후유증을 인정하면서도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는 호소다.

이에 이 후보는 “우리는 민주당이라고 하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같은 DNA를 가진 팀원”이라면서 “제가 부족한 부분을 (이낙연) 대표로부터 채우고 수시로 조언을 얻고 함께 정권을 재창출해서 국가와 미래를 지금보다 훨씬 더 밝게 여는 길을 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오후 3시경부터 시작된 두 사람 간의 비공개 회동은 약 30분 간 이어졌다. 회동 직후 이 후보 대변인 박찬대 의원과 이낙연 캠프 수석 대변인이었던 오영훈 의원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에게 선대위 참여를 요청했고 협의한 결과 이 전 대표가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기로 했다”며 “(이 전 대표) 캠프에 참여했던 의원들도 참모들끼리 상의해서 참여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이 전 대표의 공약인 신복지 정책을 후보 직속 선대위 제1위원회를 통해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대표가 선대위에 참여하고, 이 후보가 ‘신복지’를 직접 챙기기로 한 것은 양측의 지지층을 모두 끌어오지 못하면 내년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여권 전체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경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정체 상태인 건 이 전 대표 지지층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오늘 두 사람이 손을 잡았지만 이 전 대표 지지층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숙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회동장 주변에서 이 전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은 “사사오입 철회하라” “후보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 이재명 측 “이낙연계 전면 배치 검토”
두 사람의 회동이 끝나면서 이 후보 측은 다음달 5일 전후로 출범하는 선대위 인선에 본격 착수했다. 이 후보 측은 이른바 ‘이재명계’ 인사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이낙연계’ 인사들을 전면에 앞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후보 비서실장 등 핵심 요직을 이 전 대표 측 의원들이 맡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그렇다고 무조건 ‘맡아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 전 대표 측과 긴밀히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회동에 앞서 이 후보 측은 “선대위 구성에 이 전 대표 측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몇몇 보직을 언급했고, 이 전 대표 측은 “내부 검토 후 의사를 전달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낙연 캠프의 중추로 활동했던 의원들 중 일부가 선대위 핵심에 포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이 후보 측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다른 경선 주자들의 측근들도 고루 선대위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이날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해서 ‘용광로 선대위’를 만드는데 노력하겠다”며 “다음달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 시기를 전후로 선대위를 발족할 것”이라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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