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63세’ 중장년 남성만 보이는 대선판…‘청년 여성’ 또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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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20일 0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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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선전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홍준표, 하태경, 유승민, 최재형, 원희룡, 안상수, 윤석열 후보. 2021.9.16/뉴스1 © News1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선전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홍준표, 하태경, 유승민, 최재형, 원희룡, 안상수, 윤석열 후보. 2021.9.16/뉴스1 © News1

내년 3월 9일에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여성·청년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맞는 대선이지만, 대권 주자들은 여전히 대부분이 ‘중장년 남성’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경선 후보 13명(민주당 5명, 국민의힘 8명) 중 추미애 후보를 제외한 12명 전원이 50대 이상(50대 4명, 60대 6명, 70대 2명)의 남성이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3세로, 현재 법정 정년인 ‘60세 이상’이다. 대선 본선이 여야 후보의 맞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결국 유권자들은 중장년 남성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8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40세미만 출마제한’ 폐지 관련 여야 9개정당 청년정치인 공동선언 기자회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8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40세미만 출마제한’ 폐지 관련 여야 9개정당 청년정치인 공동선언 기자회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그나마 정의당에선 심상정·이정미 두 여성 후보와 김윤기·황순식 두 명의 40대 청년 남성 후보가 나와 다양성 면에서는 의미있는 평가를 받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심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될 것이란 관측에 다른 후보들은 큰 관심을 못 끌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역대 최다인 57명의 여성 의원이 당선되고, 지난 6월 30대 청년이 제1야당의 대표가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대선판을 보면 여전히 정치권은 중장년층 남성의 전유물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자 ‘20대 여성’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청년 여성들은 중년 남성 후보들이 우리 삶이 어떠한지 진심으로 공감하고 해결해주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면서 “기성 정치인의 내로남불, 위선적 태도를 봐왔으니 더욱 신뢰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청년들은 (중앙 정치에서) 검찰 관련 얘기나, 정쟁적 요소로만 싸우는 데 대한 피로감이 많다”면서 “청년들은 정치가 일자리·주거 등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길 원하는데, 기성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진심으로 바라봐줄 거란 믿음이 적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세대가 독재에서 민주화로 나아갔다면, 우리 세대는 정치 개혁을 통해 다양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면서 현재 만 40세 이상인 대통령 선거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개헌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류 의원과 함께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 연령차별 폐지를 주장했던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청년들이 아예 대권에 도전하지 못 하는 상황은 굉장히 부정의하고, 청년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라면서 “혹자는 투표를 안 하는 청년들이 문제라고 하는데, 사실 청년을 대변하지 못 하는 정치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강 대표는 “대선은 가장 중요한 권력인 대통령를 뽑는 선건데, 이 선거에 도전하는 얼굴도 남성 일색이라는 건 성별적으로 정치가 심각하게 기울어졌다는 증거”라면서 “그러다 보니 후보들이 국민들이 와 닿는 얘기를 안 하고, 네거티브·의혹 등이 이슈를 뒤덮는다. 기득권들의 대선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정치의 풍토를 바꾸고, 여성이 마주하는 문제들이 의제화되기 위해선 정당정치의 변화가 필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사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약속했던 ‘30% 여성 할당 공천’을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면서 “(양당이) 당내에서 여성 정치인을 키우고, 성평등 정치의 의지를 가졋으면 훨씬 많은 여성 후보들이 (이번 대선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12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8.12/뉴스1 © News1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12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8.12/뉴스1 © News1
이처럼 중장년 남성 일색의 이번 대선판에 용기있게 출사표를 던진 40대 여성 청년 정치인도 있다.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의원직을 상실했었던 진보당의 김재연 후보다. 80년생으로 올해 42살의 김 후보는 지난 8월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정치혁명을 시작하겠다”며 대선에 출마했다.

김 후보는 통화에서 “‘과거 성범죄 모의’ 경력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홍준표 후보는 물론, 페미니즘 때문에 출생률이 안 올라간다는 윤석열 후보, 심지어 추미애 후보조차도 ‘페미니즘에 반대한다’며 왜곡된 인식 을 내뱉고 있다”면서 “갈등을 해결하고 발전적인 전망을 제시해야 할 정치인들이 외려 갈등 속에서 정치적 이익을 얻는데 급급하는 모습이 굉장히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저는 80년생 여성으로서 <82년생 김지영>과 비슷한 세대를 살아온 사람이다”라면서 “제 또래 여성들은 독박 돌봄 때문에 휴식 없이 아이를 십수년 키우면서 인생이 반토막 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2030 여성들이 느끼는 성범죄의 불안함 등 생존과 안정의 문제에 대해 그들의 삶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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