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계약서 공개하며 셀프 수사의뢰한 윤희숙…與 “사퇴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7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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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친의 세종시 논 구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가졌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친의 세종시 논 구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가졌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저는 음해에 정면으로 맞서 저 자신을 고발합니다. 저 자신을 벌거벗겨 조사 받겠습니다.”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각종 의혹 공세가 쏟아지자 사퇴 선언 이틀 만인 27일 공개석상에 나와 “나 자신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한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윤 의원은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 관계자 등 의혹을 제기한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비판한 뒤 “내가 무혐의로 결론나면, 이재명 후보 당신도 당장 사퇴하고 정치를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날도 “81세에 서울애 살면서 세종시 약 3290평 땅에서 농사를 짓겠다니, 윤 의원의 아버지는 슈퍼맨인가”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尹 “나 자신을 공수처에 수사의뢰한다”
윤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가 (나에 대한 수사를) 못하겠다면 정부저는 지금 저 자신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의뢰한다. 공수처가 못하겠다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에 다시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아버지에게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있으며, 투기 의혹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변명하지 않는다”며 “아버지는 성실히 조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적법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윤 의원의 부친은 2016년 5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의 논 1만871m²(약 3294평)를 8억2200만 원에 사들였다. 부친은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세종시에 영농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임대차 계약을 맺고 경작을 맡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의원은 부친이 “문제가 된 농지는 매각되는 대로 이익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쓴 자필편지를 읽으면서 울먹거리기도 했다. 윤 의원은 자신이 부친의 토지 구입 경위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2016년부터 현재까지 사용한 통장거래 내역, 부친의 토지계약서도 공개했다.

윤 의원은 자신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부장 재직 시절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친의 부동산 매입에 개입했다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KDI 내 별도 조직에서 진행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정보에 접근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홍장표 KDI 원장을 향해 “(나의) 내부전산망 접속기록을 신속히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우원식, 김용민, 김남국 의원 등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의원들의 일일이 거명하며 “평생 공작정치나 일삼으며 입으로만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 모리배들의 자기 고백”이라며 “어떤 혐의도 없다고 밝혀지면 낄낄대며 거짓 음해를 작당한 민주당 정치인들 모두 의원직 사퇴하라. 무슨 염치로 정치할 건가”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우원식, 김남국 의원이 이재명 캠프에 있다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앉아 더러운 음모나 꾸미는 캠프”라고 했다. TBS라디오에서 의혹을 제기한 방송인 김어준 씨에 대해서도 격앙된 목소리로 “우리 정치의 가장 암적인 존재”라며 “공적인 공간에서 이제 사라지라”고 했다.

● 민주당 “사퇴쇼 들러리 서지 않겠다”
민주당은 이날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와도 부결시키겠다며 윤 의원을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 마디로 윤희숙 게이트다. ‘윤로남불’ 사퇴쇼 하루 만에 수많은 의혹이 쏟아진다”고 주장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혹여 사퇴서가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사퇴 쇼에 들러리로 동참하지 않겠다. 사퇴안을 부결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이 위선적이라는데 제 의원직을 걸겠다”고도 했다.

이재명 캠프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의원 부친은 슈퍼맨인 것 같다”며 “서울에 거주하는 고령 부친이 수백 ㎞ 떨어진 세종시의 땅을 농사를 짓기 위해 구입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캠프 김광진 대변인은 YTN라디오에서 “윤 의원이 무슨 독립운동하다 온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결국 권익위에서 부동산 취득 불법성 때문에 적발된 것”이고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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