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아플까봐 얘기 못했어”…극단선택 청주 여중생 유서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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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의붓아버지에 성범죄 피해
“나 너무아파… 나쁜 사람 벌받아야”

22일 A 양의 부모가 공개한 유서.
22일 A 양의 부모가 공개한 유서.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나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먼저 떠나겠습니다.”

친구의 의붓아버지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충북 청주 여중생 A 양의 유서가 22일 공개됐다. 유서는 A 양 부모가 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했으며 가족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와 성범죄 피해에 대한 아픈 심경을 담고 있다.

유서에서 A 양은 “하나뿐인 소중한 엄마 아빠여서 고마웠고 미안해”라며 “엄마, 아빠 아플까 봐 미안해서 못 얘기했어. 아빠가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하고 잠 못 드는 거 싫어. 울 엄마도 아프지 마셔. 걱정되니까”라고 가족을 걱정했다. A 양은 또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쁜 사람은 벌받아야 하잖아”라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부탁했다.

A 양의 부모는 “가해자가 재판에서도 뻔뻔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공정한 재판을 통해 엄벌에 처해 달라”고 촉구했다. A 양은 올 5월 친구 B 양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 B 양의 의붓아버지 C 씨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C 씨는 5월 25일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A, B 양에게 술을 마시게 한 혐의(아동학대)는 인정했지만 성범죄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성범죄 피해#여중생 유서#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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