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심장부 ‘호남’에서 야권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 세력들의 ‘어정쩡한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선언 한 달만에 국민의힘에 입당했으나, 정작 호남 지지자들은 입당을 주저하며 당 밖에서 지지하겠다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감동포럼과 공정사회연구원 등 호남지역 15개 단체는 17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집권의 결과는 호남인들에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며 “실패한 부동산정책을 보더라도 정권의 무능함을 여실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2022 대선에서 호남은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 정권교체를 위한 새롭고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며 “윤 예비후보가 호남의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축하고 범야권을 묶어내는 역할을 통해 ‘정권교체’라는 대의적 명분을 실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해 범야권 대선후보로서 지위와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외곽조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5개 시민사회단체를 표방했지만 면면을 보면 대부분 윤사모 등 윤석열 지지 단체이거나 관련 포럼 등 지원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도 6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윤 예비후보가 경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도 지지자들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개별적 선택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상적으로 후보를 돕기 위해서는 당에 가입하고 ‘권리당원’으로 등록해 힘을 실어주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이들은 ‘외곽’에서 지원한다는 어정쩡한 입장인 셈이다.
이는 호남지역의 특수성과 단체 내부의 이견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은 대권도전을 선언한 지 31일만인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윤 전 총장의 입당 사실이 알려지자 그를 지지해 온 광주전남 인사들은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애초 호남지역 지지자들은 윤 전 총장이 제 3지대 통합 등 범야권을 묶어낸 후 대선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호남 지지자들은 난처하게 됐다.
국민의힘이 80년 5월 광주 학살의 책임이 있는 민주정의당(민정당)의 후신이다 보니 거부감이 큰 지역 정서상 차마 ‘입당’은 못 하고, 그렇다고 돌아갈 정치적 기반도 없으니 지지를 철회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동안 포럼이나 지지단체 결성 등을 통해 윤 전 총장을 지지해 왔지만, 입당과 관련 사전 협의나 입당 언질도 받지 못하면서 찬밥 신세가 되기도 했다.
공정사회연구원이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 예비후보가 호남의 조직이나 인사와 최소한의 협의없이 급작스럽게 입당한 데 대해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지지한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내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에 입당은 못하겠고, 그렇다고 지지를 철회할 수도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안이 ‘외곽 지원’”이라며 “호남에서 윤석열 지지세력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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