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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정치

성추행 발생부터 구속까지…공군 ‘부실수사·은폐’ 흔적들

입력 2021-06-03 13:16업데이트 2021-06-0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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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피의자인 공군 장모 중사(가운데 전투복 차림)가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1.6.2/뉴스1 © News1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사건과 관련해 군 수사당국의 초동 수사 과정에서 사건 축소·은폐를 시도했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재 이 사건 수사는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검찰단에 “철저 수사”를 지시한 지 하루 만인 2일 피의자 장모 중사가 법정 구속되면서 뒤늦게나마 속도가 붙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

그러나 처음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공군 측의 보고 자료 등에선 피해자 이모 중사가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 당한 사실을 처음 신고했을 때부터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약 3개월 간 공군 당국이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거나 피해자인 이 중사를 배려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실들 또한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상급자 ‘늦장 보고’·‘사건 무마’ 의혹은 안 건드려

숨진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충남 서산)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2일 피의자인 같은 부대 선임 장 중사와 함께 저녁 회식에 참석했다가 숙소로 돌아가던 중 함께 탄 차량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당시 이 중사가 곧바로 차량에서 내려 회식 자리에 함께 있었던 같은 부대 A상사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군 측 자료엔 이 중사가 ‘성폭력 사건’ 발생을 신고한 시점이 하루 뒤인 3월3일로 돼 있다. 이 중사가 3일 오전 A상사에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보고했고, A상사 또한 이를 즉각 B준위에게 보고했다는 게 공군 측 설명이다. 그러나 B준위가 부대 지휘관(대대장)에게 이 사건을 전화로 보고한 시점은 오전이 아닌 오후 9시50분쯤이었다.

이와 관련 유족 측은 “대대장에게 사건이 보고되기까지 10여시간 동안 이 중사가 A상사·B준위 등으로부터 사건 무마를 위한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유족 측에 따르면 B준위의 경우 3월3일 이 중사를 저녁자리에 불러내 “(장 중사 건은) 살면서 한번쯤은 겪는 일”이란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군 군사경찰은 3월5일 실시한 피해자(이 중사) 조사와 같은 달 17일 가해자(장 중사) 조사에 이어 이 중사 사망 뒤인 지난달 24일 다른 부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B준위의 ‘늦장 보고’ 및 ‘사건 무마 시도’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심지어 공군 측은 심지어 B준위의 사건 무마 의혹에 대해선 지난달 31일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온 뒤에야 인지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군 당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고 경위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성추행’ 음성 파일 확보하고도 “도주 우려 없다” 불구속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공군 중사의 영정이 경기도 성남 소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연현실에 놓여 있다. 2021.6.2/뉴스1 © News1
이 중사 유족과 다른 부대 관계자들 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장 중사가 이 중사를 성추행했을 때 차량 동승자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당시 차량은 C하사가 운전하고 있었다.

C하사의 경우 군사경찰 조사과정에서 장 중사의 성추행 여부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족 측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중사가 성추행 당시 상황이 녹음된 차량 블랙박스 파일을 확보해 직접 군사경찰에 제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유족 측에 따르면 해당 파일엔 “이러지 말라”며 장 중사로부터의 신체 접촉 등에 항의하며 이를 저지하는 이 중사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고 한다. 유족 측은 해당 파일이 장 중사의 성추행 사실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라고 판단해 장 중사에 대한 구속 수사를 기대했지만, 공군은 “장 중사가 부대 영내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다.

이 중사 유족들은 이 같은 장 중사 불구속 수사가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요인 중 하나가 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장 중사는 이 중사의 신고 뒤 “용서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식의 협박성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가해자 분리’ 등 성폭력 대응 매뉴얼도 안 지켜져

게다가 공군은 이 중사의 신고 뒤에도 가해자인 장 중사와의 ‘분리’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군 측 자료엔 사건 신고 다음날인 3월4일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를 취했다고 명기돼 있으나, 장 중사가 ‘파견’ 형식을 빌어 20전투비행단에서도 제5공중기동비행단(경남 김해)으로 옮긴 건 가해자 조사를 받은 3월17일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중사가 사건 발생 뒤 청원휴가(3월4일~5월2일) 냈기에 장 중사와의 불필요한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일 뿐, 군이 적극적으로 피·가해자 분리조치를 취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중사는 장 중사가 다른 부대로 ‘파견’되기에 앞서 자발적으로 전속 요청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도 3일 브리핑에서 성폭력 피해 발생시 피·가해자 분리 등 “대응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군 검찰과 감사관실·조사본부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망 후엔 ‘성폭력’ 관련 내용 쏙 빼고 국방부 보고

공군의 ‘이상한’ 대응은 이 중사 사망 뒤에도 계속됐다.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공군 군사경찰이 국방부에 보고한 사건 보고서엔 시신 발견 경위와 현장감시 결과 등에 대한 내용만 담겨 있었고, 그의 성추행 피해 등은 기재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부 대변인 또한 “(국방부에 대한) 최초 보고엔 성추행 사건과 연계된 내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에서 성폭력 사건과 연관된 사람이 숨졌을 땐 반드시 관련 보고서에 해당 내용을 기재토록 돼 있으나, 이 중사 사망 건과 관련해선 이 같은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윤석 공군 서울공보팀장은 공군의 이 중사 사건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일련의 문제점들에 대한 질문에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들”이라면서 “공군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되는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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