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물자 반입했다고 처형-봉쇄… 김정은 통치행위 이상징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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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김정은, 비상식적 조치 내놓고 있어”
“환율 급락했다고 평양 환전상 처형
바닷물 통한 코로나 전염 막겠다며 어로와 소금 생산 중단시키기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환율 급락을 이유로 10월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는 등 ‘비합리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분석이 나왔다. 국정원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상식적이지 않은 조치를 내놓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밝혔다.

하 의원은 “핵심 간부가 8월 물자 반입이 금지된 신의주 세관에서 (물자를) 반입해 처형한 사례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과잉 분노를 표출하고 있고 상식적이지 않은 조치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은 바닷물을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어로와 소금 생산을 중단시켰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 같은 이례적인 조치가 경제난과 코로나19에 따른 김 위원장의 통치 스트레스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정원은 북한이 미국 대선과 관련해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라. 문제 발생 시 해당 대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해외 공관을 단속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 국정원 “北 심상치 않다” 국회 보고 ▼

국가정보원이 27일 국회 보고에서 이례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비합리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북한 사정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 이상으로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통치 과정에 이상 징후가 있다는 정보당국의 분석이 나온 만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후 대북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장기간 지속된 대북 경제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 하태경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올 1∼10월 북-중 교역 규모가 5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중국에서 물자 반입이 중단돼 같은 기간 설탕 조미료 등 식료품 가격은 4배 급등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에서 올해 초 1kg당 6000원대였던 설탕 가격은 10월 2만7800원으로, 1만6500원 선이었던 조미료는 7만5900원으로 뛰었다.

국정원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비합리적 대응’도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고 이례적이다. 북한 환율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말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고, 바닷물이 코로나19로 오염될 것을 우려해 최근 어로와 염전까지 금지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하 의원은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북한 환율 급락은 북한 돈 가치가 급등한 것”이라며 “북한 당국의 달러 사용 금지 조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봉쇄 이후 북한 당국은 내수 진작을 위해 시장에서의 달러 사용을 제한했다고 한다”며 “이 때문에 북한 돈 가치가 급등하자 돈이 없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와 불만은 더 커졌고 북한 당국은 희생양으로 거물 환전상을 골라 처형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통치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비이성적 대응을 하는 것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이달 들어 연쇄적인 봉쇄 조치를 발동했다. 이달 1일 혜산을 시작으로 5일 나선, 6일 남포, 20일 평양, 21일 자강도까지 봉쇄됐다. 북한 내 식료품 가격이 치솟자 각지에서 외화와 식료품 밀반입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외부 원조 물자를 차단하고 있다.

북한 내부의 위기 인식도 최고조에 달했다는 게 국정원의 분석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위기 상황에 대해 ‘격난’ 표현을 사용해 왔는데 월평균 20회 정도였던 사용 빈도가 10월 이후 30회로 증가했다. 11월 들어서는 표현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국정원은 내년 초로 예정된 북한의 8차 당 대회도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국 대선 이후 북한은 내부적으로 아직 미국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대한 대응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김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친분관계가 무용지물이 되고 0의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북한이 해외 공관에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라’며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했다.

또 국정원은 최근 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동향이 파악되고 있으며 군사적 도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김 의원은 “바이든 정부에 대해 북한이 내부적인 판단을 내리면 내년 초 8차 당 대회를 기점으로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북한#김정은 이상징후#비합리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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