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번 박수 vs ‘이게 나라냐!’ 피켓…文 시정연설에 여야 반응 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8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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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기립박수로 문 대통령을 맞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39분간의 연설 동안 26번의 박수를 보냈다. 반면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본회의장에 입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게 나라냐!’ ‘나라가 왜 이래!’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흔들며 항의했다.

28일 문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박수와 고성이 동시에 터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앞서 청와대 경호처가 사전 환담에 참석하려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 대한 신체 수색을 시도한 것에 반발하며 “사과해라” “이게 뭐냐”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시정연설이 약 4분간 지연되자 문 대통령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돌아보며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K-방역, 기업 실적 개선, 기후 변화 대응 등 문 대통령의 연설 주요 대목마다 26차례 박수를 보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충분히 국민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계시고, 이 국난을 잘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연설 후반부 서해상 공무원 피격, 여야 협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을 언급하자 대놓고 야유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서해에서의 우리 국민 사망으로 국민들의 걱정이 크실 것”이라고 하자 국민의힘 쪽에선 “사과해야지, 어!” “공산주의와 무슨 공존”이라고 비난했다. 또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한 대목에서는 “거짓말하지 마세요”라는 고성이 터졌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현실 인식의 차이가 너무 커서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야당 의석이 배치된 통로 쪽으로 퇴장했지만 야당 의원들과 눈인사를 하거나 악수를 청하진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하는 문 대통령을 향해 피켓을 흔들며 항의했다.

정의당도 이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혹평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한국형 뉴딜을 꺼내들었는데 이에 대한 근본적 철학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특히 지역균형 뉴딜은 예산안 어디서도 보지 못한 것으로 시정연설용으로 급조된 것으로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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