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는 미국이 일으킨 전쟁” 주장 강사에게 강연 맡긴 보훈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2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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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가보훈처 유튜브
사진=국가보훈처 유튜브
국가보훈처가 “6·25전쟁은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고 주장했던 학원 강사에게 강연을 맡기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역사 강사 A 씨는 보훈처가 선정하는 ‘8월의 독립 운동가’ 이석영 선생에 대한 강연을 맡았다. 보훈처는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국사 인기 강사인 A 씨의 재능기부로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강연 동영상은 8월 페이스북에 게재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씨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됐다. A 씨가 2009∼2010년 사이 수능 대비 온라인 강의에서 6·25전쟁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 A 씨는 유튜브 등에 게재된 강연 동영상에서 “6·25전쟁은 미국이 연출 각본 시나리오를 다 짰던 전쟁”이라며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미국 내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남한이 일방적으로 밀리며, 그 이후 제주도에서 출발해서 인천상륙작전을 하겠다는 게 준비돼 있었다”고도 했다.

A 씨는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도 했다. 그는 “(6·25전쟁) 당시 미군 애들이 피란 행렬이 있으면 포가 얼마나 잘 떨어지나 볼까 하고 뚝뚝 떨어뜨렸다”며 “(우리는) 사람 취급을 못 받는 민족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사를 공부하는 가장 큰 목적과 의의는 성숙한 반미의식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보훈처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해 온 강사의 강연을 제작하는 게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훈처는 “강사의 유튜브 채널 등에 (과거 강연이) 게재돼 있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다.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고 강사의 발언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며 “올해 4월 보훈처 정책자문단 구성 당시 민간위원으로 포함된 A 씨에 대한 자문단 활동 배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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