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남북 물물교환 헛발질 했는데도… 통일부 “조정후 계속 추진”

  • 동아일보

통일부차관 “승인 못할것” 국회 답변

“빛나는 성과 내자” 노동신문 선전물 북한
 김정숙평양방직공장 노동자들 뒤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빛나는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자’는 내용의 선전물이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내년 1월 열리는 당 대회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주장이 담긴 기사를 24일 실었다. 노동신문 뉴스1
“빛나는 성과 내자” 노동신문 선전물 북한 김정숙평양방직공장 노동자들 뒤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빛나는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자’는 내용의 선전물이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내년 1월 열리는 당 대회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주장이 담긴 기사를 24일 실었다. 노동신문 뉴스1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남북 물물교환이 첫 사업부터 대북 제재 위반 논란 속에 백지화됐다. 통일부는 남북 교류협력 승인을 검토해 온 물물교환 계약의 북한 측 사업 주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대상으로 드러나자 사업 철회는 아니라면서도 분명한 예방 대책을 내놓지 않고 “사업 계약 내용을 조정하겠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통일부가 대북 제재 위반 대상과의 사업을 승인할 뻔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국가정보원, 외교부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서호 통일부 차관이 이날 열린 정보위에서 “문제가 된 물물교환 사업을 승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물물교환 사업이 완전히 철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한국 민간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이 북한의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1억5000만 원 상당의 북한 술 35종을 한국 설탕 167t과 맞바꾸는 계약을 체결한 데 대해 승인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국정원은 20일 정보위에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자금 관리 기관으로도 알려진 노동당 39호실 산하의 외화벌이 기관이라고 확인했다.

이런데도 통일부가 사업 승인 검토 과정에서 대북 제재 대상 여부를 국정원 등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원은 “서 차관이 정보위에서 국정원에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확인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제대로 확인을 안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 통일부 관계자는 해당 북한 기관이 대북 제재 대상인지에 대해 “국정원, 외교부와 구체적인 협의를 하는 단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와 국정원 간에 (대북 제재 여부에 대한) 정보 공유와 소통이 필요한 것 같다”며 “이런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외교부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북한 39호실과 연관이 있는 제재 대상이라는 사실을 통일부에 공유했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정보위에서 사업 철회라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문제의 기관이 대북 제재 대상인지 분명히 언급하지 않았다. 사업 대상 북한 기업만 바꿔 물물교환을 계속 추진하겠다고만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물품 반·출입 승인을 신청한 (한국) 기업과 계약 내용 조정을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문제의 기업이 대북 제재 대상인지 (부처에 따라) 해석의 범위가 다를 수 있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기본적인 절차도 생략한 채 북한의 환심을 사려던 이 장관의 조급증이 불러온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현금이 북한에 들어가지 않는 물물교환 방식을 ‘작은 교역’이라는 ‘창의적 해법’으로 내세웠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 원장은 “통일부가 제재 문제에 불분명한 태도를 취한 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같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대북 제재 저촉 문제를 예방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이인영#남북 물물교환#대북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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