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최선희 옛사고방식 갇혀” 실명 저격하며 北 태도변화 촉구

한기재 기자 , 최지선 기자 입력 2020-07-09 03:00수정 2020-07-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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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실무협상 재개 공 넘긴 美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8일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이제 북한이 나설 차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충분히 준비가 됐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대화의 공을 북한에 넘긴 것이다. 특히 비건 부장관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 대해 “옛 사고방식(old way of thinking)에 갇혀 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에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북핵수석대표협의 후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로운 결말을 위해 계속해서 일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는 매우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북핵수석대표협의 전 열린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의 차관전략대화 종료 후에도 “한반도 평화를 논의했으며,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올해 계속해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미국이 연내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재개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다만 비건 부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핵 같은) 이슈를 협상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고, 권한을 갖춘 나의 (협상) 카운터파트를 임명하면, 그 순간 우리(미국)가 준비가 됐다는 걸 알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자신의 실무협상 카운터파트마저도 아직 지정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대화 재개를 위해선 북한이 먼저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카운터파트 임명’을 촉구한 부분에 “행동은 대화 없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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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자신이 북한과 접촉할 것이라는 관측을 부인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문은 가까운 동맹국을 만나기 위한 것으로 (북-미 접촉설은) 조금 이상했다”며 “절대적으로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북한과의)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대화를 구애한다는 식의 관측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비건 부장관의 한국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조속한 시일 내에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방도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했다”며 대화 재개에 무게를 둔 것과는 뚜렷한 온도차를 보인 셈이다.

비건 부장관은 자신의 방한을 앞두고 대미 비난 담화를 내놓은 최선희를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비건 부장관은 기자회견 후 주한 미대사관을 통해 별도로 발표한 성명에서 “(최선희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모두) 가능한 것에 대해 창의적으로 사고하기보다는 옛 사고방식에 갇혀 있고,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방한 당시 “우리는 여기(서울)에 있다. 당신들은 어떻게 우리에게 연락할 수 있는지 안다”며 북한에 ‘당장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과 달리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선 일방적인 대미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중해진 비건 부장관의 메시지는 대선을 앞두고 달라진 미국 정부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물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확실한 성과가 담보되지 않으면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섣불리 나서지 않고 상황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의 현재 우선순위는 북-미 협상 재개보다는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확고히 하고 양국 간 소통을 더 긴밀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최지선 기자


#북한#북미 대화재개#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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