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 실수한 일엔 전통문 답신 안해”… 우발적 총격 판단 고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유엔사, GP 총격사건 정밀조사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군의 최전방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한 우리 군의 대북 전통문에 북한이 아직 회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군의 최전방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한 우리 군의 대북 전통문에 북한이 아직 회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북한군의 한국군 최전방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해 유엔군사령부가 4일 정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청와대와 군은 ‘우발적 사건’이란 평가를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의도성 여부가 최종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나친 저자세로 일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北, 장성택 처형 때 사용한 고사총 연사한 듯

군에 따르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의 특별조사팀은 4일 오전 총격 사건이 발생한 강원 철원 지역의 비무장지대(DMZ) 내 한국군 GP를 방문해 오후 늦게까지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유엔사 조사팀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한국군 GP에 가한 총격 상황을 분초 단위까지 파악한 걸로 알려졌다. 총격 전후 한국군 감시 장비에 포착된 북측 GP의 병력·장비 움직임을 세세히 추적하고 한국군 GP 외벽의 피탄 흔적 등에 대한 정밀 분석도 이뤄졌다. 이를 통해 총기의 발사 지점과 사격거리 등이 개략적으로 압축된 걸로 알려졌다. 북측이 쏜 화기는 기관총의 일종인 14.5mm 고사총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초기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을 처형할 때 사용된 걸로 알려졌던 화기가 우리 군 GP를 향해 발사된 것이다.

북한의 총격 직후 우리 군은 GP에서 10분 간격으로 K-6 기관총으로 두 차례 경고사격(각 10여 발)을 하고, 그로부터 10분 뒤 경고방송을 한 걸로 알려졌는데 이런 교전규칙 등도 유엔사의 조사 대상이다.

○ 靑 “우발적 사건”… 北 “南이 대결 책동에 광분”

청와대는 유엔사의 조사가 통상적 절차임을 강조하면서 ‘우발적 사건’이란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경험에 비춰 볼 때 북한이 실수로 한 일에 대해선 (우리가 보낸 전통문에) 답신하지 않는다. 답신하는 경우가 굉장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군도 당시 기상 여건과 현장의 전술적 여건 등을 근거로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엔사 조사가 막 시작된 상황에서 섣부른 예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군 당국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아군 GP에 기관총 세례를 한 것은 정전협정과 9·19 남북 군사합의를 심대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최종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군 사기는 물론이고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은 우리 전통문에 답하지 않고 비난전에 나섰다.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한국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적극 추종하면서 북침 전쟁준비를 위한 무력 증강과 군사적 대결 책동에 광분하고 있다”며 “외세와 작당해 반공화국 대결 소동에 열을 올리는 범죄적 망동부터 걷어치워야 한다”고 비난했다. 북한군 총격은 누가 봐도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인데 오히려 ‘남측이 대결 소동을 벌인다’며 반박에 나선 것이다.

한편 이번 총격 사건이 이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잠행 패턴과 유사한 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9월부터 10월 중순까지 40일간 잠행에 이어 공개 활동에 나섰다. 이후 나흘 만인 18일 북한군은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장기간 잠행→재등장→DMZ 인근 총격 사건’의 패턴이 6년 전에도 있었던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한기재 기자
#북한#gp 총격사건#국방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