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 뜬 후 펑펑 울었다” 우한 영사 SNS 글 ‘눈길’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2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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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현지 영사, 총영사관 직원들에게 감사 뜻 전달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교민들의 귀국 지원을 마친 가운데, 우한 총영사관에 근무 중인 한 영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남겨 눈길을 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 지원을 맡은 정다운 경찰 영사는 지난 1일 자신의 ‘위챗 모멘트’에 “마지막 전세기 333명 무사 탑승 후 이륙 전문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고 글을 남겼다.

정 영사는 이광호 부총영사, 주태길 영사, 이충희 영사, 실무관을 비롯해 최덕기 중국 후베이성 한인회장, 정태일 한인회 사무국장, 중국 행정직원, 셔틀버스 봉사자 등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 영사는 이광호 부총영사에 대해서는 “수많은 언론 전화로부터 저와 직원들을 지켜주시고 본부에 쓴소리를 마구 해댈 때에도 제 편이 되어주셔서 너무 감사한다”고 전했다.

또 주태길·이충희 영사에 대해서는 “너무 죄송하다”며 “제 마음대로 부탁드려도 다 해주시고 힘들 때 위로해주시고 제가 쓰러지지 않고 버틴 건 두 분 영사님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 영사는 “평생 갚아도 모자랄 짐을 지워드렸다”며 실무관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말도 안되는 요구와 지시에도 묵묵히 따라주시고, 밤잠 못자고 홈페이지 공지 올리고, 탑승자 명단 취합하고 정리하고 배치하고, 빗발치는 전화를 받아서 안내해주고 통역해줬다”며 실무관들의 노고를 일일이 언급했다.

정 영사는 최덕기 한인회장과 정태일 사무국장에게는 “이번 사태 해결에 일등공신들”이라며 “위챗 단체방을 만들어서 여기 있는 분들 다 모아주시고 분류해서 방 나눠주시고 공지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중국 행정직원들에게도 “바이러스로 인해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공항에 나와서 교민들에게 초코파이를 나눠주고 물을 나눠줬다”며 “행정직원분들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내드린다”고 했다.

또 셔틀버스 봉사자들에게도 “발이 묶인 교민들 실어나르시느라 너무 고생많으셨다”며 감사의 표시를 잊지 않았다.

특히 정 영사는 가족에 대해 “(아내가) 9살, 7살 천둥벌거숭이 둘 데리고 혼자 비행기 타는데 잘 가라는 배웅인사도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 영사는 “비행기에서는 편한 자리는 커녕 애들과 같이 앉지도 못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2인 1실 좁은 격리실에 애 둘과 같이 힘들어 하고 있을 아내 생각이 갑자기 나서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3년 우한 생활 내내 하고 싶은 것 제대로 응원해 주지 못하고 우한 떠나는 날까지 남편 잘못 만나 고생만 시키다 보내는 것 같아 계속 울컥울컥 눈물이 난다”고 했다.

정 영사는 “이제 저는 여기 남은 교민분들을 다시 챙겨드려야 한다”며 “오늘과 내일만 재충전하고 다시 고립된 다른 분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민들에게 “마스크 등 구호물자를 나눠드려야 하는데 조금만 버텨주라”며 “빨리 회복해서 남은 분들 챙겨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중국 우한과 인근지역에서 우리 교민과 유학생 701명을 전세기로 귀국시켰다.

정부는 우한 지역에 남은 200여명의 교민에 대해 추후 수요에 따라 전세기 추가 투입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정 영사는 전세기에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함께 탑승한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에 대해 “고생고생해서 전세기 마련했는데 밥 숟가락 얹으려고 대한항공 조 회장이 비서 둘을 데리고 비행기를 탔다”고 밝혔다.

정 영사는 “(조 회장이) 내리지도 않고 다시 타고 가서 자리가 모자란 탓도 해본다”며 “결국은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은 교민 탑승을 위해 기내에서 준비했으며 별도의 비서를 동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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