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여부를 놓고 양측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한일 군사협력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초계기 갈등 문제에 대해 정경두 국방장관이 “이제는 (일본 측에) 사과하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등 동북아 역내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일간 군사협력이 시급한 만큼 한일 모두 상대방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 방식의 대승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1일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현실적인 부분을 이해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으로 일본에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해군 함정 대상 근접위협비행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앞서 정 장관은 이날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방위상과 양자회담을 가지고 일본 해상초계기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 함정에 대해 근접 위협 비행 한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정 장관은 “양국은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를 가리는 것을 떠나 향후 근접 위협 비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해상 우발 충돌 방지 규칙을 잘 지키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초계기 문제를 놓고 서로 양측이 위협행위를 했다는 정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는 만큼 잘잘못 가리기에 나섰다가는 사태만 장기화돼 한일 모두 잃는 게 더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이날 북한이 지난달 4일 쏜 발사체의 정체에 대해선 처음으로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입장을 수정했다. 정 장관 등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9일 쏜 발사체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한 것과 달리 4일 쏜 발사체는 미사일 보다 더 큰 범위인 발사체로 규정해온 바 있다.
다만 정 장관은 북한이 지난달 4일과 9일 쏜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분석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아직 분석 중인 만큼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는 한미의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이와야 다케 방위상은 이날 아시아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일본은 같은 입장이다. 북한이 쏜 미사일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입장을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해 발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 장관은 “각자 자국 입장에서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겠지만 한미의 공식 입장은 기존에 밝힌 그대로다”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사실상 이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선 “추후 만나면 정확한 의미를 물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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