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책임론… 핀치 몰린 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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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직원 만취 폭행-음주운전 이어… 특감반 집단비위로 與서도 퇴진론
야권 “국민 허리 휘는데 골프놀음… 원대복귀 해야 할 사람은 조수석”


대표적인 ‘문재인의 남자’가 그야말로 ‘위기의 남자’가 됐다.

청와대와 고위 공직자의 기강을 책임지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사진) 얘기다. 청와대 직원의 만취 폭행, 음주운전에 이어 민정수석실 소속 특별감찰반원들의 집단 비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전날 초유의 특감반 전원 교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조 수석은 30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민정수석실은 특감반 직원 중 일부가 비위 혐의를 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 특감반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조직 쇄신 차원에서 전원 소속청 복귀 결정을 건의했다”며 “검찰과 경찰에서 신속 정확하게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특감반 직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다.

앞서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위 공직 후보자 6명이 낙마하면서 검증 부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공세를 받았다. 이번에는 조 수석 산하 조직에서 비위 행위가 터진 만큼 파장의 온도 자체가 다르다. 여권에서조차 “시점도, 사고 내용도 최악이다. 민정에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응이다.

조 수석이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조 수석은 그때 경제 악화 등에 대해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정치, 정책은 ‘결과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 당시 청와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특감반 소속 김모 수사관이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부적절하게 개입했다고 결론 내린 상태였다. 여권 관계자는 “특감반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도 글을 올렸다는 것도 문제지만 ‘결과책임’이란 말이 조 수석 본인에게 향하는 부메랑이 됐다”고 말했다.

야권은 청와대의 기강 해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조 수석 등 청와대 개편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 특감반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달나라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신선놀음을 했다. 조 수석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러지 말고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사퇴하는 게 정답”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공직자의 오만과 횡포가 끊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지금 청와대는 나사가 풀렸다. (부처를 향해) 영이 서겠느냐”고 꼬집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도 “청와대의 기강이 만신창이”라고 비판했다.

조 수석 퇴진 요구가 강하지만 “불명예 퇴진은 없을 것”이라는 게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분위기다. 친문 진영 관계자는 “조 수석은 2020년 총선은 물론이고 어쩌면 다음 대선 때까지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카드다. 쉽게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 역시 최근 자신의 직속 보좌관을 교체하며 집권 3년차를 맞을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장관석 기자
#조국#청와대#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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