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30일부터 12월5일까지 경의선 개성~신의주 400㎞ 구간을 조사한 뒤 8~17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800㎞ 구간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공동조사는 우리 측 열차가 북측 구간을 운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향후 남북 간 철도 교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공동조사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6시 40분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총 6량으로 구성됐다. 운행에 사용되는 유류 5만 5000톤을 실은 유조차와, 300k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한 발전차, 72석의 객차, 28석이 구비된 침대차, 사무 공간과 세면 등의 설비가 갖춰진 침식차, 물이 실린 유개화차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순수 공동조사에 소요되는 16일간의 일정을 포함해 총 20일이 넘는 북측에서의 체류 기간을 감안해 우리 측 조사단의 숙식이 가능토록 열차를 개조했다.
침식차의 경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온돌 바닥으로 개조했으며 싱크대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샤워실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설비를 모두 구비했다.
이 같은 6량의 열차를 도라산역에서부터 북측 판문역에 도달할 때까지는 우리 측 디젤 기관차가 이끌고 간 뒤, 판문역에서부터는 북측 기관차에 연결해 운행하게 된다.
이는 철도 신호 체계 등 북측에서 현재 운영 중인 철도 운행 시스템과 상황에 맞춰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다.
남북은 열차를 타고 선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북측의 철도 시설과 시스템을 점검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차량은 개성~신의주 구간을 운행한 뒤 평양으로 내려와 평라선으로 원산으로 이동, 안변역에서 두만강역까지 조사한 뒤 평양을 거쳐 귀환한다. 총 이동구간은 약 2600㎞다. 금강산역~안변역 구간은 북측 요청에 따라 버스로 조사한다.
경의선과 동해선 조사에는 통일부과 국토교통부의 과장급 인사와 한국철도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 등 남측 인원 28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각 평양과 원산에서 버스로 귀환할 예정이다. 북측도 철도성 관계자 등 우리 측과 비슷한 인원으로 조사단을 꾸릴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단장인 임종일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07년에도 철도 공동조사단원으로 참가했고, 11년 만에 다시 조사단으로 가게 돼 감회가 새롭다”라며 “북측 철도의 구조물을 우리가 준비한 테스트기기로 검사하고, 또 조사단원들이 이 분야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시설의 노후화 등을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참가하는 한영아 한국철도시설공단 과장은 철로 궤도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다.
한 과장은 “여성 최초로 공동조사에 참여하게 돼서 기쁘다”라며 “북측에서는 지난번 공동조사 때도 여성 대표가 나온 적이 있다. 남측에서는 궤도 분야에 여성 참여자가 적은데 이번 기회에 제가 처음으로, 첫발을 디딘다는 생각으로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역에서부터 북측 판문역까지 우리 측 열차 6량을 이끄는 기관차의 기관사로 이날 근무하는 김재균씨는 “녹슨 철길을 제거해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열차가 상시적으로 운행하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40년 철도 경력의 베테랑인 김씨는 20년의 기관사 근무 후 관리직으로 배치됐지만 베테랑의 경력을 인정받아 이날 특별히 기관차 운행 임무에 투입됐다.
앞서 임 단장이 밝힌 것처럼 남북이 북측 철도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벌이는 것은 2007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당시 남북은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에 대해 7일간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또 남측 열차가 동해선 구간을 운행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이날 오전 8시 우리 측 지역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에서 열리는 공식 환송 행사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청와대 인사로는 서호 통일정책비서관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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