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투기” “자라탕 파티” “암 재발” 네거티브에 묻힌 정책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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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7]‘깜깜이 선거’ 조장하는 진흙탕 공방

6·13지방선거 사전투표가 5일로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묻혀 ‘후보, 이슈, 접전’ 등이 사라진 이른바 ‘3대 실종’ 선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지역 일꾼 4016명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지역별 이슈를 의제화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무책임한 네거티브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깜깜이 선거’에 네거티브까지 겹치면서 “이렇게 지방선거 해서 뭐 하나”라는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

여야의 네거티브 공방이 가장 혼탁한 곳은 경기도지사, 제주도지사 선거 등 2곳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는 5일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의 제주도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이 이 후보의 욕설 음성파일을 당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첫 TV토론 때 야당 후보들이 여배우 스캔들 등 네거티브 의혹을 집중 제기한 데 대한 맞불 차원이다.

이 후보 측 김병욱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 후보와 그의 동생은 기준시가 5억 원가량의 제주도 땅을 사들여 진입로를 내고 쪼개는 방식을 활용하여 106억 원에 매각해 차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입 당시 22세의 남 후보가 농민이 아님에도 과수원을 취득한 것은 농지개혁법 위반이고, 가히 ‘부동산 투기 왕’이라 부를 만하다”고도 했다.

이에 남 후보는 “이 후보 측이 제기한 제주도 토지 문제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남 후보 측은 “1987년 토지 매입 당시 선친이 증여세를 모두 납부했고, 농지법 위반으로 문제가 됐던 토지는 2017년 4월에 전부 매각해 양도세(약 5900만 원)를 모두 납부했다”고 반박했다.

제주도지사 선거의 네거티브전은 형사고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무소속 원희룡 후보 측은 4일 민주당 문대림 후보를 뇌물수수 혐의로 제주지검에 고발했다. 문 후보가 제주 시내 한 골프장의 명예회원으로 위촉받고, 회원 혜택을 받은 것이 뇌물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명예회원으로 약 2만 원의 할인 혜택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회원권을 받거나 공짜 골프를 친 것은 아니다”며 원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로 맞고발했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들의 압승이 점쳐지는 호남에서도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민주당 선대본부 관계자들이 지역 인사 수십 명과 ‘자라탕’ 회식을 했다가 적발돼 선관위가 조사 중인 것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조배숙 대표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서민들은 5000원짜리 국밥 한 그릇 먹기도 힘들 정도로 피폐한데, 집권여당은 호화 보양식 파티를 벌였다. 민주당은 ‘더불어 자라당’인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경선 낙선자를 위한 위로 모임이었다. 민평당이 도를 넘은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산과 전북에선 후보자의 개인 정보인 건강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4일 “한국당 서병수 후보 측이 ‘오 후보가 위암이 재발해 응급실에 있다’는 흑색선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공개 건강검진을 수용한 바 있다. 전북도지사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송하진 후보의 과거 암 수술 완치 여부를 놓고 후보 간 설전이 오갔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지역 일꾼에 대한 정보를 주고, 정책 대안을 보여주기 위한 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장관석 기자
#네거티브#정책선거#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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