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 최선희 담화는 표면적 이유?

사진=동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자,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조선반도(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동엽 경남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완전히 이 판을 깨겠다기보다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양쪽 다 상당 부분 한 발씩, 반 발씩 물러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너무 우리가 극단적으로 이 상황을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 제1부상이 김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서 발표했다는 것은)김 위원장의 뜻이 담겨 있다는 거다. 중요한 것은 이 반응의 수위와 내용 자체가 외교적으로 정제되고 세련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도 이 판을 깨겠다기보다는 어떤 대화의 줄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거다). 이것은 트럼프 서신에도 담겨 있다고 본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큰 틀에서 놓고 보면 6월 12일은 어려워진 게 아니겠는가 생각을 하고 트럼프의 서신에만 보더라도 6월 12일은 접겠다는 의도가 보인다”면서도 “예정된 6월 12일 회담이 다시 극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의 어떤 희망이나 바람도 가져볼 필요는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우리의 역할이 좀 필요하겠지만 또 너무 급하게 6월 12일을 그대로 성사시킨다기보다는 차근차근 이 문제를 해결하고 차후에 어떤 만남을 기대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배경과 관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문은 표면적인 이유일 거라며 북미 간 조율 문제와 미국 정치권 내부의 문제가 실질적인 이유일 거라고 추측했다.

김 교수는 “북미 간에 디테일한 부분에서 비핵화에 관련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6월 12일 합의문을 만들기 의견차가 좀 있었지 않을까 하는 게 하는 첫 번째 의심”이라며 “그보다 오히려 미국 내부 정치적인 문제가 조율이 되지 않은 게 더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이게 실질적인 감춰진 원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보면 상당히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이지 않다. 실제 최선희, 김계관 발언이 나오면서 이런 굴욕을 당하면서까지 할 필요가 뭐냐는 비난(이 있다)”며 “또 요즘 노벨상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트럼프 개인적으로 그런 욕심을 부리는 무리수, 과도한 양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비난의 목소리가 공화당 내에서도 높아졌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한 가지는 음모론적일 수도 있지만 군산복합체라든가 이런 과정에서 미국이 이렇게 빨리 가는 것이 좋은가 하는 그런 문제”라며 “미국 내부 정치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조율이나 준비 이런 것들이 안 되지 않았는가, 미국 내부적인 어떤 문제가 핵심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때도 그런 조짐이 조금 보였다며 “그때 트럼프의 표정이라든가 말투를 보면 그렇게 자신감 있는 모습이 아니었고 왠지 기분이 나쁜 얼굴이었다”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김 제1부상의 발표문 내용에 대해선 “과거 이런 사안 같으면 북한도 거의 강성한 발언을 보냈을 텐데 트럼프의 서신 내용보다 더 정제되어 있는 발언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이)열린 마음으로 미국과 시간과 기회를 가질 용의가 있다고 한 측면, 만나서 첫술에 배부르겠느냐 등 공개된 발언만 봐서는 상당 부분 미국과의 어떤 것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고,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지만 북미 관계에 있어서 북한이 현재 절실함이 있다고 본다”고 평했다.

이어 “김정은이 이미 인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에 대한 간절함. 오히려 역설적으로 간절함 이런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