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 탄핵결정때 ‘세월호 7시간’ 질타… 인준땐 최단임기 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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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소장 후보자에 이진성 재판관

27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진성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근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국회 임명 동의안 부결을 염두에 둔 듯 “동료의 희생을 딛고 지명받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7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진성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근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국회 임명 동의안 부결을 염두에 둔 듯 “동료의 희생을 딛고 지명받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임기 11개월을 남긴 이진성 헌법재판관(사법연수원 10기)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건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면서 헌재소장 임기 논란을 해결할 시간 벌기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역대 최단 임기 헌재소장?

이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하면 역대 최단 임기의 헌재소장이 된다. 헌재소장 공백부터 해결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애매한 헌재소장 임기 문제 해결을 위한 법 개정의 공을 국회에 돌린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헌재 공백이 장기화함에 따라 커지는 국민 우려와 헌재소장을 조속히 임명하라는 정치권의 요청을 고려해 이 재판관을 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지명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초 청와대는 18일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헌재 9인 체제’를 완성한 뒤 새 헌재소장을 지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가 생각을 바꿔 이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먼저 지명한 것은 국회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에 들어간 가운데 유 후보자는 물론이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헌재소장 우선 지명을 요구하며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거부 의사를 밝혔다가 이날 철회했다.

○ ‘세월호 7시간 행적’ 질타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제외하고 헌재 내 최선임인 이 후보자는 법조계 안팎에서 정파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합리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온화한 성격이지만 주관이 뚜렷한 ‘외유내강’형으로 헌재에서 소수 의견을 자주 제시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 당시엔 김 권한대행과 함께 ‘세월호 7시간’ 행적이 파면 사유는 아니더라도 ‘보충의견’으로 부적절한 대응이었음을 질타했다. 그는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에도 관저에 머문 것은 그 자체로 대통령의 불성실함을 드러낸 징표”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박 전 대통령 대리인 측이 세월호 당일 행적을 10분 단위로 밝혔음에도 부족하다며 더 세분해서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2015년 5월 국가보안법 ‘이적 표현물 소지 금지’ 위헌심판 합헌 결정에서도 소수 의견을 냈다.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행위는 그 자체로는 대외적 전파 가능성을 수반하지 아니하므로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어떠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과 함께 위헌 의견을 낸 것.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9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재판관이 된 만큼 한국당 등 보수야당이 임명동의안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野 “대통령이 사죄부터 해야”

이 후보자 지명은 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헌재소장 임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 벌기 측면도 있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소장 임기가 자신의 남은 재판관 임기인 11개월가량인 만큼 이 기간에 새로 지명될 헌재소장의 임기를 6년으로 명시하도록 헌재법을 개정한 뒤 새 헌재소장을 지명한다는 복안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개헌을 통해 헌재소장 임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야당은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반발했다. 최단 임기의 이 후보자를 소장으로 지명하면서 이 후보자 이후 지명할 차차기 소장을 대통령 몫으로 확보했다는 것.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헌재소장을 지명하기에 앞서 김이수 대행체제를 고집한 것에 대해 사죄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권오혁 기자
#이진성#헌재소장#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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