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정치국 후보위원 파격… 최룡해, 감투 2개 더해 8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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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동당 전원회의]黨창건일 사흘 앞두고 ‘김정은 黨’ 구축

조선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을 사흘 앞두고 7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의 핵심은 김정은 체제로의 세대교체와 미국과의 핵 씨름 장기전에 대비한 내부 단속으로 요약된다.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를 견디고 핵개발을 완성하기 위해 김정은은 핵과 경제 개발이란 병진노선을 재확인했고, 이를 책임지고 완성할 ‘김정은 사람들’을 권력 핵심에 전면 포진시켰다.

○ 김여정의 파격 발탁과 최룡해의 ‘2인자’ 굳히기

이날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의 고속 승진과 최룡해의 약진이었다.

김정은은 김여정을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파격 발탁했다. 통일부는 김여정을 1987년생(30)으로 보고 있지만 미 행정부는 89년생(28)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여정은 지난해 5월 노동당 7차 대회 때 김정은 바로 옆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아 챙기는 등 김정은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마다 등장해 정치적 스킨십과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지난해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살한 의혹을 받은 김정은이 김여정을 노동당 핵심 보직에 입성시킨 것은 그동안 어느 정도 충성심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여정은 2014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된 뒤 지난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1년여 만에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다. 이는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만 42세에 당 중앙위원에 오른 뒤 당 경공업부장 등을 거쳐 20여년 후인 66세(2012년) 때 정치국 위원이 된 것에 비해 무척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룡해는 이날 당중앙군사위원에 재선출되고 당 중앙위 부장으로 임명되면서 기존의 6개 보직에 더해 총 8개의 감투를 쓰게 됐다. 최고 수뇌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정무국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정의 주요 보직을 두루 꿰찬 북한의 2인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당 엘리트 출신인 최룡해의 역할이 군으로까지 넓혀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박사는 “최룡해에게 군부 권한을 준다고 해서 핵개발이라는 북한의 근본적인 목표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군사 정책의 유연성을 보여 대결 국면을 피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 핵미사일 개발 실세들 대거 발탁

김정은의 핵미사일 개발을 도운 핵심 실세들도 이번 인사에서 중용됐다. 핵 개발 실세인 홍영칠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은 당 중앙위 위원으로 부상했다. 또 다른 미사일 개발 주역인 류진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은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또 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국에 박광호 등 위원 5명과 최휘 함경북도 당 부위원장 등 후보위원 4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김정은을 보좌하는 비서 역할을 하는 9명의 당 중앙위 부위원장 중 6명이 새로 선출됐다.

그만큼 이날 인사는 집권 6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대교체에 나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5월 당 중앙위 7기 1차 전원회의가 주요 인사의 승진 발탁이 핵심이었다면 이번엔 권력 엘리트의 사실상 전면 교체를 시도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이동하거나 물러난 사람들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선대 정권에서부터 활동했던 아흔에 가까운 김기남 최태복 등 고령의 당 부위원장들이 명예직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김정은이 아버지가 붙여 준 호위무사들이 제 임무를 다했다고 보고, 자기 사람을 전면에 포진하기 위한 정치적 세리머니를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김정일 시대와는 결별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또 다른 고난의 행군 택한 듯

김정은의 병진노선 재천명과 인사 단행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 등 현 상황을 나름대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리용호 외무상, 내각 부총리를 지낸 태종수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책임비서, 안정수 당 중앙위 부장의 정치국 위원 승진 등 그간 소외돼 왔던 외교 경제 분야의 인사를 통해 대외 고립을 어떤 식으로든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봉 박사는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이 고통스러워 협상에 나오게 하는 것인데 일단 북한은 협상 대신 고난의 행군을 선택한 것”이라며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은 안보와 생존을 보장해주는 수단일 뿐 아니라 훗날 최강의 협상용 칩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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