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문재인 대통령 “北, 레드라인 넘으면 한미 대응 알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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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성공 선언/긴박했던 정부 대응]대화 손짓에 미사일 쏜 北 강력 경고

심각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안경을 만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사실을 보고받고 상당히 언짢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심각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안경을 만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사실을 보고받고 상당히 언짢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을 주장한 4일 문재인 대통령은 강도 높은 대북 규탄 발언을 쏟아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이 화를 감추지 못한 것인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여정의 첫발을 뗐다”고 선언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로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듣고 매우 불편해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미 미사일 도발 징후를 감지하고 3일부터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일에도 북한이 오전 9시 40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미사일 발사 1분 뒤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시 45분 문 대통령에게 1차 보고를 했다. 문 대통령은 세 차례에 걸쳐 추가 보고를 받은 뒤인 10시 13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11시 30분에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낮 12시 상임위 회의를 NSC 전체회의로 전환해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NSC 전체회의에서 ‘무책임’ ‘망상’ ‘무모함’ 등의 높은 수위로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무책임한 도발로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고 있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과 미사일 개발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나 비핵화 결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도발은 오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만 가중시킬 뿐임을 북한이 절실히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미 당국의 초기 판단으로는 이번 도발을 중장거리 미사일로 추정하고 있으나 ICBM급 미사일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핵실험과 함께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주장대로 ICBM 발사에 성공했다면 미국엔 ‘인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셈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를 만나 “북한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추상적 개념으로 그 기준이 어디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힌 만큼 청와대 안팎에선 ICBM 시험발사 성공에 이어 6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에 나서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북한 선제타격론’ 등 무력을 동원한 북핵 해결 방안의 불씨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제시한 북핵 해결의 ‘단계적 접근’ 구상은 시작부터 큰 난관에 부딪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단계적 북핵 해법은) 입구가 핵·미사일 동결인데 지금 보면 거기까지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북한을 최대한 강하게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화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며 “최대 압박 방식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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