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핵은 안보이고 사드만 보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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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韓 관광중단 등 억지 보복… 美국무부 “中 비이성적” 비판
황교안 대행, 자위적 조치 강조하며 “中 소통 강화… 대책 마련할 것”

불안한 관광업계 3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국내 여행사 직원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전날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혀 
국내 관광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불안한 관광업계 3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국내 여행사 직원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전날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혀 국내 관광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결정을 계기로 자국민의 한국행 여행길을 사실상 금지한 중국의 ‘관광 보복’에 대해 서울 주요 관광지 상인들은 “북한을 잡아야지, 왜 우릴 잡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동대문 쇼핑센터에서 가방을 판매하는 조모 씨(48·여)는 3일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어떻게든 막아 보자는 것 아니냐”며 “북한을 압박해야 할 중국이 도리어 관광 보복을 하다니, 우리를 너무 얕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 지하상가에서 휴대전화 케이스를 판매하는 김재현 씨(59)도 “북한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국이 불안정한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중국에 끌려 다니지 말고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당국도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2일(현지 시간) 논평을 내고 “(중국의 보복 행위는)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하다(unreasonable and inappropriate)”라고 지적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3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사드는) 자위적 방어 조치로 어떤 제3국도 지향하지 않는다”며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해친다는 베이징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의 정치구조 특성상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여러 차례 ‘불가’ 의견을 밝힌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물러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는 “시 주석이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권력을 강화하는 상황에 참모들이 합리적 건의를 통해 정책을 바꿀 공간이 매우 좁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측근들은 오히려 ‘시 주석의 체면을 훼손했다’며 충성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3일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한중 양자 구도로 문제를 풀 단계가 지난 만큼 미국을 통해 중국을 설득하거나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단비 kubee08@donga.com·우경임 기자·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사드#중국#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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