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조직개편 스톱… “리더십 공백오나” 초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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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치닫는 삼성 수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밤샘 조사를 받고 나온 13일 삼성그룹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지난해 말부터 눈에 띄게 느려진 삼성의 경영 시계는 총수가 구속될 수 있는 사태에 이르자 완전히 멈춰 섰다.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를 마친 이날 오전 곧장 서울 서초사옥으로 향했다. 이후 그룹 수뇌부 및 변호인단과 함께 22시간에 걸친 조사 내용을 복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2년여에 걸쳐 있었던 일들을 사실 그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구속영장 청구는 너무 과한 처사’라는 점을 마지막까지 특검에 소명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못 하고 있다. 사장단 인사 및 계열사 조직 개편은 물론이고 상반기(1∼6월) 목표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그대로 멈춰 섰다. 이 부회장은 물론이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그룹 수뇌부가 모두 수사를 받다 보니 주요 의사 결정을 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분위기가 전환되기만을 기다려 왔지만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약속했던 미래전략실 해체조차 거론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줄곧 상승세를 이어 오던 삼성전자 주가도 흔들리고 있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45%(6만7000원) 내린 187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신들은 이 부회장의 특검 소환 소식을 일제히 타전하면서 삼성 흔들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추문으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을 물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팀 컬펀은 12일 “최악의 경우 삼성 지도자는 감옥에 갈 것이고 회사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그룹 전체의 주요 투자나 인수 결정이 늦춰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음 주부터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SK, 롯데, CJ 등 다른 그룹들도 예상보다 빠른 특검의 수사 속도와 이 부회장 소환을 보며 긴장하고 있다. 일부는 12일 사전 답사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출석 현장을 찾기도 했다.

 SK 수사는 최태원 회장의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가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했는지가 핵심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업별로 할당받은 만큼 낸 것일 뿐 대가성을 갖고 출연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계 3위 기업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통상적인 출연 분담 비율에 따랐다는 것이다.

 특검이 수사 중인 최 회장과 김영태 SK그룹 부회장(당시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의 교도소 접견 녹취록에 대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녹취록에 등장한 ‘숙제’라는 단어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채용에 SK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주장이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사면을 위해 최 씨의 측근 차은택 씨가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J 측은 “컬처밸리 사업 참여를 검토하던 시점은 (이 회장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지기 전이어서 사면 대상도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또 “컬처밸리 착공을 결정해 발표했던 지난해 초 역시 사면 결정 시점(지난해 8월)보다 훨씬 전”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신규 면세점 사업 인허가와 미르 및 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 측은 “신동빈 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하기 훨씬 전에 관세청이 신규 면세점 사업권 심사 공고를 냈고 공청회까지 진행했다”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수연·신민기 기자
#삼성전자#이재용#최순실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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