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장영수]개헌특위, ‘대선 前 개헌’으로 못 박을 것 없다

  • 동아일보

30년 만의 국회 개헌특위… 개헌엔 공감, 방향엔 의견차
속전속결 역대 개헌과 달리 정부형태 등 쟁점 다양해… 여론수렴·충분한 논의 필수
미래 위한 개헌, 대선보다 중요… 선거일정에 쫓겨선 안 될 것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0년 만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개헌 논의가 시작된 것은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원 포인트 개헌을 추진한 것이나 2008년 제18대 국회 및 2014년 제19대 국회에서 헌법 개정과 관련한 자문위원회를 두어 준비작업을 진행할 정도로 개헌이 가시화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국회에서 개헌특위가 구성된 것은 1987년 이후 최초다.

 그런 만큼 개헌특위에 거는 기대도 크고 이번 개헌을 통해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에도 손대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요청 또한 강력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개헌특위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탄핵 정국 및 대선과 맞물려서 개헌이 어떻게 추진될 것인가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 5당 체제 속에서 각 정당의 의견을 조율하여 하나의 개정안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심지어 국민투표를 통과하는 것도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걱정까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정치권의 공감대가 최근처럼 강력했던 경우도 드물다. 그동안 개헌 필요성에 대한 원칙적 합의에도 대통령의 반대나 국제 금융위기 등 외부적 변수로 인해 개헌이 늦춰져 왔으나, 최근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제도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감대를 배경으로 개헌특위가 구성되었다. 개헌특위의 역할은 개헌을 위한 초안을 만들어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이고 그 자체가 개헌의 핵심이다. 더욱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고하지만 개헌의 방향 내지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개헌특위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초안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매우 높다.

 현행 헌법을 포함한 역대 개헌의 과정은 불과 2개월 내외의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그것은 개헌이 정치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되었으며 민주적 개헌으로 평가되는 제3차 개헌(4·19혁명 이후의 제2공화국 헌법)과 제9차 개헌(6월민주항쟁 이후 현행 헌법)도 헌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국민 의사의 수렴 없이 ‘내각제 개헌’ 또는 ‘직선제 개헌’과 같이 큰 줄기에 대해서만 국민 의사를 반영하는 선에서 정치권의 합의만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헌의 경우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예컨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해소’라는 요청은 명확하지만 이를 위해 정부 형태를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바꿀 것인지,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정부제)를 도입할 것인지, 아니면 내각제를 시도해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다양한 주장들이 나올 것이다. 또한 정부 형태 이외의 쟁점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요구가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분출될 것이 예상된다.

 변화된 시대를 반영하는 민주적 개헌은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야 하며 이 또한 개헌특위의 중요한 과제이다. 과거와 달리 개헌특위의 논의 과정이 더욱 깊어지고 복잡해질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개헌에 소요되는 시간도 과거에 비해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선의 시점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 전에 개헌이 가능할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개헌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며 최대한 빨리 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뿐만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기초를 탄탄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헌특위의 역할은 막중하다.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렴하는 가운데 민주적 개헌을 성취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신속한 절차의 진행을 통한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완성해야 한다. 반드시 대선 전에 개헌 작업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무조건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것 또한 타당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개헌이 대선 이상의 중요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제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장도에 나서는 개헌특위가 내부적 이견과 다양한 국민의 요구를 민주적으로 녹여내는 소통과 협치의 과정을 거쳐 진정한 분권 속의 소통과 협치를 가능케 하는 헌법을 만들어 주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개헌특위#대통령 선거#헌법개정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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