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보다 못한 北 핵위협 인식… “정치적 문제” 무덤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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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4>핵 불감증 키운 오락가락 대북
둔감해진 시민들

 국민들은 2006년을 시작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실험 관련 소식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북한 핵실험을 으레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0, 20대를 중심으로 한 누리꾼은 북핵에 대한 냉정한 평가보다는 정치적 비판, 김정은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에 벌어질지도 모를 위기 상황에는 무관심했다. 이 때문에 북핵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5차 핵실험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5차 핵실험이 있었던 9일과 10일 주요 포털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에 달린 댓글 4만여 개를 수집해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기사가 다룬 내용을 중심으로 ‘단순 정보 전달’ ‘국내 상황 변화’ ‘실험 이후 북한의 반응’ ‘대통령의 관련 언급’ 등 6개로 분류한 뒤 각 기사의 댓글을 분석하는 오피니언 마이닝(Opinion Mining) 기법으로 진행됐다. 그나마 5차 핵실험이 다른 실험보다 짧은 기간을 두고 이뤄지면서 위협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늘기는 했지만 핵 위기 자체에는 여전히 무감각한 모습이었다.
○ 두려움은 느끼지만 대비 목소리는 없어

 누리꾼은 북한의 핵실험 소식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됐다. 내용의 중심 단어인 ‘핵’과 관련이 깊으면서 동시에 이에 대한 감정이나 의견을 표현한 키워드는 모두 27개였다. 이 중 두려움과 관련된 키워드는 8개(전쟁, 죽다 등)였다. 이들이 전체 키워드 중에서 차지한 비중은 4분의 1에 가까웠다(25.2%). 1위는 정부 등에 대한 비판(41.2%)이었다. 특히 ‘규탄하다’라는 단일 단어의 비중이 26.3%나 됐다. ‘정부가 매번 규탄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 북핵이 이 지경이 됐다’는 의미로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차분함(안보 등)’을 드러낸 표현의 비중은 거의 없었다(1.1%). 5차 핵실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한 감정이 담겼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갤럽이 5차 핵실험 직후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가 ‘북핵이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4차 핵실험 당시 같은 내용의 조사에서 나온 응답 비율은 61%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으로부터 상시적인 위협에 놓여 있다 보니 익숙해진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핵 위기에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차분히 논의하는 댓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달 있었던 경주 지진과 관련된 주요 감정 언어 조사(9월 19일∼10월 19일)에서 ‘피해(1위·4만9342회)’와 ‘안전(2위·2만8492회)’ 등 개인의 안전을 이야기하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국제학부)는 “5차 핵실험으로 위기의식은 고조되지만 내 생명이 위협을 받거나 내 재산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생각까지 연결이 안 되는 것”이라며 “또 다른 차원의 핵 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북핵’을 정치 이슈로만 보는 사람들

 누리꾼이 5차 핵실험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두려운 감정 못지않게 정치적 시각이 배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 이슈와 관련한 표현들이 등장한 비중은 22.5%로, 두려움 못지않게 높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주로 박근혜 대통령의 ‘김정은 정신상태 통제 불능’ 발언이나 ‘사드 반대’ 같은 내용이 등장했다. 또 댓글 분석에 포함된 기사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것도 박 대통령의 ‘통제 불능’ 발언과 관련한 것(약 7900개)이었다. 핵실험 자체보다 국내 주요 정치계 인사들의 발언에 더욱 관심을 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핵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대비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정 실장은 “핵 위협 가능성과 관계없이 지진과 화재처럼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매뉴얼이 갖춰져야 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정부는 제대로 훈련도 하질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핵이 언급되는 일이 너무 잦기 때문에 핵의 위협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며 “불감증이 민감증으로 바뀌어서도 안 되지만 안보라는 기본적인 차원에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 기자
#북핵#안보불감증#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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