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 민원관’ 도입… 이정현式 소통정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당내 이정현 대표 ‘나 홀로 행보’ 우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 대표의 첫 당직 인선과 
관련해 일각에선 사전 논의나 의견 수렴이 없었다며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 대표의 첫 당직 인선과 관련해 일각에선 사전 논의나 의견 수렴이 없었다며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일단 지켜보고 있다.”

18일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이정현 대표의 ‘독주(獨走)’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8·9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면서 대표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공개 발언까지 없애 최고위원들은 사실상 존재감을 잃었다. 이 대표는 ‘폭넓은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의 ‘나 홀로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첫 당직 인선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것도, 새로 도입할 ‘국회의원 민원관 제도’에 경계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매끄럽지 못한 첫 인선

이 대표는 이날 신설한 국민공감전략위원장에 비례대표 초선인 김성태 의원을, 디지털정당위원장에 주대준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전 KAIST 부총장)을 각각 임명했다. 하지만 사전에 최고위원들과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두 위원장의 인선 사실은 이 대표가 아닌 박명재 사무총장이 최고위원들에게 전화로 통보했다”고 전했다.

전당대회에 앞서 개정한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최고위원과 협의해 사무총장 이하 당직자를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집단지도체제’처럼 당직자 인선 시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칠 필요는 없지만 최고위원들과 최소한의 협의를 하도록 한 것. 한 최고위원 측 인사는 “이번 인선과 관련해선 아무런 공식적인 논의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대표와 박 사무총장이 김 의원의 국민공감전략위원장직 임명을 두고도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박 사무총장은 김 의원에게 다른 당직을 권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국민과의 소통을 넓히겠다”며 새롭게 만든 공감전략위원장 자리를 두고 정작 당내 소통은 원활하지 않았던 셈이다. 향후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 홍보본부장, 여의도연구원장, 당무감사위원장 등의 인선 시 최고위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새누리당표 ‘민원의 날’ 효과 있을까

이 대표 체제 출범 이전에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신설한 ‘국회의원 민원관 제도’는 세부안을 확정한 뒤 이르면 다음 달 실시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매주 하루를 ‘새누리당 민원의 날’로 지정해 국회의원들이 직접 국민의 고충을 듣고 민원을 해결해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민원관은 매주 특정 요일에 담당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직접 민원인을 만나는 제도다. 예를 들면 첫째 주 수요일은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이, 둘째 주는 환경노동위 소속 의원들이 민원 해결사로 나선다. 이들은 필요한 경우 해당 부처에 의견서를 내 민원 해결을 도울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굵직한 사건이 터지면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직접 민원 현장으로 내려가 ‘현장 민원관’ 역할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당 대표 경선 때부터 민생을 강조해온 이 대표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이 2, 3명씩 짝을 지어 지역에 내려가 현장과 소통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선 민원관 제도가 현실적으로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민원을 중앙에서 처리하면 될 거란 생각 자체가 권위적이고 보여주기 식”이라며 “자칫 여당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하나 더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민원의 날’을 만든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민원은 접수하는 것보다 사후 처리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원이 실효성 있는 민원 처리 프로세스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원관을 자처했다가 사후 처리가 부실하면 오히려 국민에게 실망만 안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병수 gamja@donga.com·신진우 기자
#이정현#새누리당#대표#최고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