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친박(친박근혜) 이정현 의원은 어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거취에 대해 “서민 처지에서 1300억 원이 넘는 거래에 부정이 있었든 없었든, 상상할 수 없는 액수에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당황한다”며 “문제점이 있다면 어떻게 버틸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그만둬야죠”라고 했다. 친박 원로 서청원 의원의 핵심 측근 이우현 의원도 “우 수석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대통령께 부담을 주지 말고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가세했다. ‘문제점이 있다면’이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친박에서 나온 ‘우병우 사퇴론’은 박근혜 정부 레임덕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본란에서 여러 번 지적한 대로 우 수석 사퇴의 당위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진경준 검사장 부실 검증과 비호 의혹만으로도 물러나기에 충분한 사유다. 줄줄이 드러난 처가 부동산 거래 및 부인의 경기 화성시 농지매입 투기·대리경작 의혹, 처제의 위조여권 사용 국적 이탈과 가족 소유 회사의 횡령·배임 의혹, 변호사 시절 변론한 회사에 대한 검찰의 공판 관리 부실까지 공직자 검증을 통과할 수 없는 사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민정수석 자신이 ‘의혹 백화점’으로 검증 자격을 잃은 터에 향후 개각에서 검증의 칼을 휘두른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역대 정권에서 보듯, 대통령의 레임덕은 여당이 반기(反旗)를 들면서 봇물 터지듯 분출된다. 박 대통령은 비박계에 이어 친박에서 ‘우병우 사퇴론’이 터져 나온 것을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이번 주 휴가를 끝낸 뒤 ‘휴가 구상’에 따라 개각을 비롯한 정국 수습을 해나가려 해도 인사의 핵심 걸림돌인 우 수석을 놔두곤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대통령이 민심에 맞서 우 수석을 계속 끼고 가려다간 여당에서 탈당 요구까지 나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이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기 바란다”고 말한 데 고무됐을지 모르나 청와대는 ‘우 수석 얘기가 아니다’라고 바로 다음 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가 자리에 연연해 레임덕을 가중시킨다면 중책을 맡기고 누구보다 신임해온 대통령에 대한 도리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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