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시행령안 발표]축산-화훼-유통업계 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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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선물 시장 축소 추석 매출 걱정된다”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 시행령 안으로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이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한우 축산 농가, 화훼업체, 백화점 등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 올해 추석 연휴(9월 14∼18일)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즉각 반발하고 나선 곳은 한우 농가다. 한우 선물세트는 지난해 ‘금품 수수’ 기준을 다른 선물(5만 원)보다 높은 10만 원으로 정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이번 시행령에서 5만 원으로 결정됐다. 경기 화성의 한 농민은 “우족 하나가 5만 원이 넘는다. 정부 방침은 아예 한우를 선물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착잡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농협 조사 결과 판매된 한우선물세트의 93%가 10만 원을 넘었다.

굴비 옥돔 등으로 명절용 선물세트를 만드는 업체 대표 A 씨 역시 “10마리 굴비 세트는 싸면 7만 원대, 비싸면 50만 원”이라며 “가격 상한이 5만 원이라면 만들 제품이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중량을 줄여 가격대를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현장 반응이 많았다.

화훼업계의 반발도 컸다. 18년 동안 화훼농가를 운영해 온 B 씨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보낸 난의 가격도 10만 원은 넘을 것”이라며 “정치권 인사들은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서 영세한 농민만 피해를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화점 등은 고급 서비스 시장이 무너질 것을 우려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 쓰는 한우, 과일 등은 최상급 상품이라 5만 원 이하로 구성하기 어렵다”며 “공무원 등에 한정된다고 하지만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미쳐 고급 선물 시장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 산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용품 제조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며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한우신 기자
#김영란법#명절#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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