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탈출, 김정은에 등 돌린 민심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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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근무하는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이 지난달 집단으로 탈출해 동남아를 통해 7일 국내에 들어왔다. 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제재 결의로 식당 경영이 어려워졌는데도 외화 상납 압박이 계속되자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TV와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접하며 남한의 실상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데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고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이들의 집단탈출은 한 달 전 한국 정부가 해외의 북한식당 이용 자제 등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한 뒤의 첫 성과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12개 국가에서 운영하는 130여 개의 식당은 연간 1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주요 외화 수입원이다. 정부의 제재 조치 이후 북한식당을 찾는 한국 관광객과 주재원, 교포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중국 동북 3성의 북한식당 중 일부는 운영난으로 폐업했다.

해외 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은 북한 내에선 중산층 이상이고 출신 성분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외화벌이에 나선 북한의 중산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회의가 번져 간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 지대에 대한 단속을 크게 강화하면서 탈북자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집단탈북이어서 의미가 깊다.

북은 김정일 시대에 고난의 행군 시기를 보내면서 2009년 헌법, 2010년 노동당 규약에서 삭제한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최근 다시 쓰고 있다. 다음 달 7일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를 앞두고 대북제재에 맞서 체제 결속을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다고 해서 김정은에게 등을 돌리는 민심을 붙들 순 없다. 대북제재의 파급 효과가 주민들의 민생에까지 미칠 경우 아무리 공포통치를 한다 해도 김정은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탈북 행렬이 다시 늘 수도 있다. 우리 정부도 제재 이후 탈북 움직임 등 북의 동향을 면밀히 체크하며 탄력적으로 대중(對中)외교와 대북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집단탈출#대북 제재#집단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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