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서 전쟁나도 그들의 문제” 北도발 상관 안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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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행운빈다, 좋은시간 되길” 조롱… 모든 군사-무역협정 재검토 주장도
오바마, 핵무장 용인론 정면비판… “무지한 후보 백악관 들어오면 안돼”

미국 공화당 대선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하더라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주장은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동원해 북한의 침략을 막아내겠다는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2일(현지 시간) 위스콘신 주 로스차일드 유세에서 “만약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일으킨다면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들이 전쟁을 하겠다면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운을 빈다. 좋은 시간 되시길, 여러분(Good luck. Enjoy yourself, folks)”이라고 조롱했다.

그는 경제적 이유를 들어 미군의 한반도 분쟁 불개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트럼프는 “19조 달러(약 2경1850조 원)에 이르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21조 달러로 늘어나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스스로 무장할 수 있다”며 “일본과 한국이 미국보다 빠른 속도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안보 관련 발언이 잇따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핵안보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한일 핵무장론’을 정면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줄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이 회의에서 거론됐다며 “그런 사람은 외교나 핵정책, 한반도, 전반적인 세계에 대해 무지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등 한반도 관련 정책에 무지하고 (핵무장의) 잠재적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후보가 오벌오피스(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2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100일 안에 미국이 맺고 있는 모든 무역 및 군사협정을 전면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현실화할 경우 국제경제 질서에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중국과의 무역협정 개정이 타깃으로 보이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미국이 겪고 있는 경기 침체의 원인은 대부분 미국이 맺고 있는 불합리한 무역협정에 따른 것”이라며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출마 선언 후 무역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이승헌 특파원
#北도발#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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