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한달도 안남았는데… 정책 경쟁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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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공개한 여야 공약 ‘뜬구름’

여야가 4·13총선에서 내건 ‘대표 정책’ 중에는 뜬구름 잡는 얘기거나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공약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가 모두 내부 전투에 매몰되면서 그나마 내놓은 공약마저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공개한 여야의 ‘4·13총선 10대 정책’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1순위 정책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무성 대표도 앞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의 다른 이름은 ‘일자리 창출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노동 개혁을 반대하는 야당과 일자리 문제로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일자리 공약은 사실상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에 가까웠다. ‘코리아 투어 패스’ 도입, 해양 관광 바닷길이나 산악 자전거길 조성, 크루즈 산업 활성화 등으로 관광객을 늘리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 어떻게 양질의 일자리로 연결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뜬구름 잡는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노동 개혁을 어떻게 관철할지에 대한 언급은 공약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를 공언했던 더불어민주당의 경제민주화 공약도 맹탕이긴 마찬가지다. 문재인 전 대표는 1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하며 “경제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대표도 “이번 총선은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더민주당이 공개한 경제민주화의 이행 방법을 보면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등 관련법을 만들거나 개정하겠다는 게 전부다.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대기업의 갑질 금지 등 선언적인 목표만 있을 뿐 관련 법의 어느 항목을 고치겠다는 세부 내용이 없다. 유권자들에게 ‘의지’만 보고 표를 달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정치 혁신’ 방안으로 차별화했지만 설익은 공약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의원 국민 파면(소환)제’는 의원이 실책했을 때 지역구 유권자들이 책임을 직접 물어 의원을 파면토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지역구 대표성만을 갖는 직책인지를 놓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각론으로 들어가도 급조했거나 재원 마련이 어려운 공약이 많다. 새누리당은 사교육비 경감 공약으로 한국형 온라인 대학 공개 강좌(K-MOOC) 활성화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대학 강의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제도로 사교육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 국민의당은 현재 70% 수준인 대입 수시모집 비율을 20%로 대폭 줄이겠다고 했지만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시하는 대입 취지와 맞지 않는 데다 수능 사교육 시장만 키울 소지가 있다.

더민주당은 만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 하위 70%에게 10만∼20만 원을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을 30만 원까지 증액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현 제도만 유지해도 2040년 이후 100조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데다 2018년 이후의 재원 마련책이 사실상 없다. 무책임한 선심성 공약인 셈이다.

경제계는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구호로만 외치는 속 빈 공약일 뿐”이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가 앞다퉈 일자리 창출, 경제 발전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정작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 등 당면한 일은 정치권 논리에 휩싸여 외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서동일 기자
#총선#정책#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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