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천룰도 선거구도 없는 총선 면접, 새누리당 뻔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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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어제까지 사흘간 수도권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봤다. 19대 총선 때는 현역의원 예우 차원에서 면접을 서류심사로 대체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향식 공천제가 채택돼 현역도 전원 면접 대상에 포함시켰다. 현역도 당헌 당규상의 자격에 미달할 경우 경선 탈락은 당연하다.

문제는 일의 선후다. 공천 면접을 실시하려면 먼저 공천룰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그렇지 못하다. 시한폭탄을 실은 채 질주하는 기차와 다를 바 없다. 위험천만한 상황인데도 지도부와 공천관리위는 미봉인 상태로 둔 채 외면하고 있다. 보다 못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어제 공천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등이 긴급 회동해 공천룰부터 분명하게 정하자고 제안했으나 아무도 들은 척하지 않았다.

비박(비박근혜)계와 친박(친박근혜)계를 각각 대표하는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은 전략공천이나 다름없는 우선추천지역 제도를 두고 이미 격하게 충돌한 적이 있다. 이 위원장이 광역시도별 1∼3개 우선추천지역 선정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서다. 이후 잠잠하다가 이 위원장이 면접 과정에서 “야당이 아주 센 지역은 특징이 있는 킬러를 찾아야 한다” “보물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몇 명 찾은 것 같다”고 흘리면서 2차 충돌이 일어날 조짐이다. 경선 후보들 간의 합의 불발 시 당헌 당규상의 ‘당원 30%, 국민 70%’ 여론조사 대신 ‘국민 100%’ 여론조사로의 대체 여부도 논란거리다. 대표최고위원실 백보드판에 ‘개혁 새누리당’이라고 씌어 있는데 김 대표는 이걸 빼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제를 채택한 것은 정치와 정당, 선거개혁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도입 전에 세부적인 사안까지 꼼꼼하게 규칙을 정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골치 아픈 문제는 일단 미루고 보자는 심보에서 이를 기피해 왔다. 심지어 선거구 획정까지도 쟁점 법안들과 연계시키며 처리를 지연시켰다. 세부 공천룰이 미정이고, 기존 선거구는 불법인 상태에서 공천 작업을 진행 중이니 꼴불견이 따로 없다. 무책임하고 뻔뻔하다. 집권 여당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새누리당#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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