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사이드]‘배신의 정치’에 마음 졸이는 대구 의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새누리당의 ‘심장’인 대구지역 의원들의 마음이 편치 못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대구를 찾았지만 12명이나 되는 현역 의원 중 단 한 사람도 ‘초대장’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형식상 의원들에게 행사 참석 자제를 요청한 사람은 권영진 대구시장이다.

하지만 권 시장 측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대구지역 의원들과의 만남을 거부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대구 의원 보이콧 ‘여진’이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다.

○ 대구 현역들 “모두 그만두라는 것 아니냐”

박 대통령의 7일 오찬에는 달성군 당협위원회 관계자들이 일부 참석했다. 달성군은 박 대통령의 옛 지역구다. 하지만 정작 당협위원장인 이종진 의원은 초대받지 못했다. 이 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 대통령이 직접 달성군수로 밀어 당선시켰고, 2012년 총선에서 지역구를 물려줬던 인물이다.

오후 서문시장 방문에도 이 지역 의원인 김희국 의원은 보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 의원이나 김 의원은 모두 국회법 개정안 파문으로 퇴진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깝다. 당장 ‘유승민 파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앙금설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유 전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지역 의원들에게 심판은 ‘공천 물갈이’를 의미한다. 대구지역의 한 의원은 “모두 그만두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씁쓸해했다.

○ 박 대통령, 대구지역 공천 개입하나

이들이 긴장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는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신동철 정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이 동행했다. 모두 대구에 연고가 있는 인사들이다. 안 경제수석은 대구 계성고를, 신 비서관은 대구 청구고를, 안 비서관은 대구대를 나왔다.

김무성 대표 측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일부라도 공천 의지를 내비치는 순간순간 오픈프라이머리를 강조해 온 김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8일 원외 당협위원장 연찬회에서도 “더이상 밀실에서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는 공천 권력자가 나와선 안 된다”고 말했지만 청와대의 거센 ‘공천 입김’을 견딜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행사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대구시에서 의원들의 참석 자제를 요청했을 뿐”이라며 “신 비서관은 서문시장 행사 진행을 위해, 안 비서관은 대구시 업무보고 담당자로서 각각 참석했을 뿐 다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