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사이드]‘靑과 휴전’ 하루만에… “전략공천은 없다” 선긋는 김무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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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공천 룰 갈등]향후 金의 선택 주목

與대표 자리로 찾아온 정무특보 2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윤상현 대통령정무특보(오른쪽)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바라보고 있다. 김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와 관련해 청와대와 ‘휴전’ 상태에 들어갔지만 이날 기념식이 끝난 뒤 “여야 대표가 발표한 대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합의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與대표 자리로 찾아온 정무특보 2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윤상현 대통령정무특보(오른쪽)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바라보고 있다. 김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와 관련해 청와대와 ‘휴전’ 상태에 들어갔지만 이날 기념식이 끝난 뒤 “여야 대표가 발표한 대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합의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9대 총선을 한 달 앞둔 2012년 3월 12일 오전 11시 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굳은 표정으로 섰다. 탈박(脫朴·탈박근혜)한 김 의원의 공천 탈락이 기정사실화됐던 때였다. 정치권에서는 탈당 발표 후 보수신당 창당 또는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김 의원은 “우파 분열의 핵이 될 수 없다”며 당 잔류에 이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낙천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10여 명은 망연자실했다. 불과 며칠 전 “내가 깃발을 들면 아우들도 동참해야 한다”며 ‘도원결의’를 주도했던 그에게 배신감을 느낀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의 결단은 낙천 의원들의 연쇄 탈당을 막았고 지금의 ‘김무성’을 만든 결정적인 장면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한 전직 의원은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었다”면서도 “찍힌 친이계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이 여론조사를 13차례나 돌렸다는 얘기가 도는데도 ‘무대’(김무성)의 백의종군 선언에 찍소리도 못 내보고 끝낸 게 억울했다”고 술회했다.

공천 룰을 둘러싸고 청와대 및 친박(친박근혜)계와 김무성 대표 간 싸움이 본격화되면서 김 대표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는 것도 3년 전 이 상황 때문이다. 그래서 의원들은 김 대표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또 한 번 태도를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당내 소신파 의원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아도 차기 대선까지 감안해 김 대표가 이번에는 버틸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발 ‘개헌론 파동’, 올해 7월 ‘유승민 사태’와 마찬가지로 이번 공천 룰 갈등도 김 대표가 파국을 막기 위해 의지를 접었던 상황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공세 수위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 대표가 전략공천을 일부 수용하는 수준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완강하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밀실공천을 폐지한다는 명분에서 우리가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은 2일 김 대표에게 “나를 믿고 따라 달라고 하면서 무겁게 움직이면 좋겠다. 대표는 큰 명분만 얘기하면 게임은 유리해질 거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칼을 집어넣으면 다시 뺄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사태’ 당시 “청와대에 이길 수 없다”며 현실론을 앞세웠던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김 대표가 이번에 국민공천제, 전략공천 불가를 못 지켜내면 답이 없다”고 했다. 그는 “김 대표를 최근에 만나 얘기를 죽 들어보니 본인도 물러서면 향후 정치생명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더라”고 전했다.

공천 룰 갈등 속에서 청와대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임기 후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여의도에 든든한 우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필요한 인사를 직접 낙점하는 ‘전략공천’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 대표는 친박계가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론’을 공식화한 9월 25일 “전략공천은 단 한 명도 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100% 국민공천’ 방식은 조금 변형되더라도 전략공천을 빙자한 권력이 개입할 여지는 막겠다는 게 김 대표가 말하는 오픈프라이머리의 요체”라고 했다.

공천 룰 휴전을 선언한 김 대표는 이날 여러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에는 노인의 날 기념식에, 오후에는 ‘재외국민 유권자 100만 명 투표등록 대토론회’ 등에 각각 참석했다.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는 물론이고 국군의 날 기념식 등을 줄줄이 ‘보이콧’한 지 하루 만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경북 문경시에서 열린 ‘2015 세계군인체육대회’ 개회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개회식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다. 김 대표 측은 추석 연휴 전에 대회조직위원회에 불참을 통보했다고 한다. 개회식장에 앉아 있는 것 말고는 특별한 역할이 없는 데다 다른 일정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개회식 불참과 ‘공천 파동’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장면을 피하려는 속내도 엿보였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개회식장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참석하는 바람에 김 대표의 빈자리는 더 커 보였다.

홍수영 gaea@donga.com·이재명 기자
#휴전#김무성#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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