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1일 임진각에서 열린 평화통일기도회에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통일과 화해를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제공
윤동주의 ‘십자가’라는 시를 아는가.
소강석 광복70년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대표준비위원장·새에덴교회 담임목사“쫓아오던 햇빛인데/지금 교회당 꼭대기/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중략)십자가가 허락된다면/모가지를 드리우고/꽃처럼 피어나는 피를/어두워가는 하늘 밑에/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시인은 민족 해방의 꿈과 희망이 교회의 십자가, 즉 한국교회 안에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한국교회는 조국의 독립과 해방의 정신적 기초였으며 근현대사의 사상적 디딤돌 역할을 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이 시대에 성공하려면 교회로 가라. 정말 애국자가 되려면 기독교인이 돼라”는 말이 나돌았다. 실제 주요한 이광수 등 당대 지식인들과 남궁억 안창호 조만식 이승만 등 민족의 지도자와 애국지사들이 모두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민족 종교로 자리매김하며 민족의 고난과 함께하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일제강점기뿐이던가. 해방 이후와 6·25전쟁 이후에도 한국교회는 민족의 아픔을 보듬고 기도하며 경제 성장에 정신적, 영적 혼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런 한국교회가 초고속, 압축성장을 하면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교회가 세속화되고 물질 중심이 되면서 도덕성을 상실하고 이미지가 실추됐다. 세인들로부터 핍박받는가 하면 ‘안티’들의 공격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는 한국교회가 다시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며 도덕성, 윤리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믿음의 본질과 정체성을 상실한 교회는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또 하나 할 일이 있다. 초대 한국교회처럼 우리는 민족의 아픈 상처를 보듬고 역사를 섬기는 민족 종교로 회복되어야 한다. 광복70주년을 맞아 통일운동에 앞장서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통일은 우리 민족에 있어서 시대적 사명이요, 과업이다.
그런데 통일은 정부 차원의 정치적, 군사적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통일은 하나님이 개입하고 ‘역사’해 주셔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먼저 기도부터 해야 한다. 성경에서 70년은 포로된 자에게 해방이 오고 갇힌 자가 자유를 얻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70년 만에 해방됐다.
그러기에 어찌 한국교회가 광복70주년을 맞아 이대로 있을 수 있겠는가. 이제 한국교회는 통일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통일운동의 선봉장이 돼 ‘욕먹는 교회’에서 ‘칭송받는 교회’로 다시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에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연합된 힘으로 통일기도회를 갖자는 것이다. 과거 한국교회는 얼마나 민족을 위하여 기도했는가. 새벽마다 차디찬 마룻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쏟으며 민족의 아픔을 껴안고 기도하지 않았는가. 또한 조국 강산 골짜기 기도원마다 민족 부흥과 경제번영을 위한 구국의 기도소리가 메아리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기도의 불이 꺼져버렸다. 그러면 개별 교회 단위로 기도해도 되지 않나? 아니다. 모여서 기도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연합정신을 살리고 연합된 힘으로 통일에 기여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통일로 가는 꽃길을 열고, 통일의 제단에 화목제물이 되고, 희생제물이 되어야 한다. 이번 행사는 한국교회 자체 행사가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집회는 한국교회가 향후 통일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남북 대화의 문을 열고 교류하는 데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앞장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것을 우리 스스로 다짐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 앞에 고백하고 선포하는 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함께 힘을 모아 통일기금도 조성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통일에 관한 한 나눠지고 분열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통일의 꽃길을 여는 선봉장이 될 것이다. 이번 서울시청 앞 평화통일기도회는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릴 뿐 아니라 우리의 다짐을 고백하고 선언하는 기도회가 될 것이다.
“주여, 이 민족에 통일의 꽃길을 열어 주소서. 분단을 넘어 세계평화의 성소(聖所)가 되게 하옵소서. 아니, 영원한 평화의 지성소(至聖所)가 되게 하옵소서.”
▼ 평화통일 시대를 앞당기는 한국교회 7대 실천강령 ▼
1.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온 교회가 기도하자! 2. 북한동포를 돕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자! 3. 통일비용을 마련하는 일에 모두가 합력하자! 4. 남북통일로 세계평화에 기여하자! 5. 민족사랑을 통해 인류애를 성취하자! 6. 우리 주변 통일의 장애물들을 제거키 위해 노력하자! 7.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평화와 정의의 나 라를 이 땅 위에 이룩하자!
댓글 0